란제리 업체 비비안이 쌍방울을 제치고 처음으로 속옷업계 선두로 등극했다. 고급화되는 소비 성향과 함께 속옷업체를 휩쓸고 있는 `란제리 열풍`이 업계 판도를 뒤바꿔 놓은 것.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중 비비안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28%나 늘어난 5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쌍방울은 매출이 지난해 연간 마이너스 성장에 그친 데 이어 1ㆍ4분기 중에는 전년 동기대비 20% 줄어든 499억원 선에 머물며 지난 2000년 이후 굳건히 지켜 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밖에 비와이씨와 신영와코루, 좋은사람들 등도 뒷걸음질 또는 제자리걸음을 보이는데 그쳤다. 지난 한 해동안 8%의 매출 감소로 비비안에 2위를 ?壺畸? 비와이씨는 올 1ㆍ4분기에도 7%의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해 12%와 5%의 성장세를 보인 신영와코루와 좋은사람들 등 란제리 업체들도 올 3월까지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0%와 마이너스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쌍방울을 비롯한 대다수 속옷 업체들이 부진을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내수 부진 때문. 하지만 비비안 `독주`의 배경에는 수년 째 꾸준히 진전되는 소비의 고급화 추세와 유통경로의 변화 등 업계의 여건 변화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비안 관계자는 “지난 97년 이후 유통시스템을 정비, 당시 2,000개이던 매장 수를 300개까지 축소해 각 매장의 상권을 보호한 것이 제품의 이미지 고급화와 매출 보장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침체로 재래시장 중심으로 판매된 내의 매출이 급감한 반면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의 유통 경로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판도 변화를 일으킨 요인 중 하나. 비비안의 경우 300개의 매장 가운데 40%가 백화점, 30%가 할인점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쌍방울은 총 2,300개의 매장 가운데 백화점 입점 점포 수가 20군데에 불과하는 등 전문점 형태의 유통망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매출보다는 내실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내의 생활필수품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란제리 브랜드 강화나 고급 소재 개발 등 고급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