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신호와 함께 그동안 불황의 골이 깊던 일본ㆍ 유럽ㆍ중남미권 국가들 경제 거시 지표들도 일제히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ㆍ4분기 전문가들의 예상치 보다 무려 0.8%포인트나 높은 2.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는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한 3.5%의 성장률(연율 기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기업투자 역시 지난 2ㆍ4분기 6.6%를 기록, 지난 2000년 2ㆍ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장 심각한 장기침체 상태에 놓여있던 일본은 11일 2ㆍ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측치 0.2%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 6월 설비투자의 척도인 기계주문이 수 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2.4% 늘었으며, 도시바 등 대형 제조업체들도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그 동안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설비투자에서 임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본지출을 줄여왔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게이터는 일본이 올해 0.9%, 내년에는 1.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쪽 경기 회복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유로권에서 최악의 상황을 보이던 독일은 최근 기업신뢰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지난 6월 소매 매출은 5월에 비해 1.9% 늘어났다. 특히 250억 유로(28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은 독일의 소비지출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영자들은 프랑스ㆍ벨기에ㆍ네덜란드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 국가들의 발목을 잡았던 고용시장과 연금 개혁 문제도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주 중국을 포함해 홍콩ㆍ싱가포르ㆍ타이완 등 동아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5.6%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의 6.6%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충격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성장률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세계 경제가 올 불황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것이 시기상조의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아직까지 높은 실업률 및 이에 따른 소비 부진, 최근 채권 수익률 상승에 따른 주택시장 위축 가능성 등의 위험 요인이 남아 있고 일본은 디플레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했으며, 아시아 각국 은행들은 여전히 부실채권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그러나 올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특히 동시적으로 전세계 경제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월스트릿저널은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무사의 견해를 인용, 올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은 3.5%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 역시 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