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간의 첫 대면이 거둔 최대 성과는 상호간의 신뢰를 쌓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최대의 국정과제인 동북아 경제중심의 비전에 대해 솔직히 설명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한 환영과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정부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인 글로벌 스탠다드 맞추기와 이를 위한 구조개혁의 노력외에 외생적 변수인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평화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있다. 한반도에 대한 신용평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아직은 미완성 = 양국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공동의 가치와 원칙 및 전략을 제목으로 한 전문과 한미동맹, 북한, 경제관계, 완전한 동반자 관계 등 4가지 항목이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바라는 해답을 얻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정상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한다는 데는 합의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된다`는데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공동성명 안에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데 유의하겠다`는 문구가 삽입됐기 때문이다. 미국측의 노림수가 녹아있는 `추가적 조치`는 앞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질 상황이 심상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불법적인 수출에 대한 해상봉쇄, 다시 말하면 경제제재 라든가 제한적인 폭격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추가적 조치`는 앞으로 두고두고 양국간 관계를 주시해야 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동맹 강화 = 두 정상은 굳은 악수를 했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직후 부시대통령의 말 중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며 “한미동맹은 50년 동안 돈독했으며 앞으로 50년 이상 더욱더 발전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공고하게 다져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속한 시일 안에 용산기지를 재배치하고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치, 경제, 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은 두 나라의 관계가 앞으로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것이란 약속이다.
◇경제관계 = 경제에 대한 두 정상의 합의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지속적인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와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무역, 금융, 투자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노 대통령의 목표를 환영하고 지지했다고 공동성명에 명시됐다. 겉으로 형식적으로 보이지만 이 내용이 함축한 의미는 상당히 크다. 새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동북아 비전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묘한 질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본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동북아 질서에 있어 실질적이 측면, 즉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미국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반영했다”고 해석했다. 공동성명이 담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은 노 대통령의 재벌 개혁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성명에는 `두 지도자는 무역개방, 투자, 투명성의 제고가 동북아 경제중심 중심 개념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 요소임에 동의하고, 이러한 노력에 있어 민간부문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민간부문 역할`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반영된 이 문구에는 시장개혁과 함께 재벌들을 포함한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을 위해 일정부분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 녹아있다.
◇청와대의 평가 문제 없나 = 청와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돈독한 우호동맹관계를 확고히 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합의도출에 대한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사구시 외교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정말 유의해야 할 핵심은 아마추어리즘의 경계다. 아직은 프로의식으로 무장돼지 않았기 때문에 주도 면밀한 미국에 코드에 이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상의 옵션(선택)에서 뺄 것은 없다. 한반도문제는 평화적인 솔루션(방법)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 이상의 세세한 언급을 기대했지만 결국은 없었다. 여기서 짐작해야 할 것이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양국간의 해석의 범위에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국민들의 기대수준보다 낮았다는 것을 해석을 낳는다.
<워싱턴(미국)=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