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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공식 장외주식시장 K-OTC가 출범했다.
기존에도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프리보드라는 시장이 있었지만 역할을 제대로 못해 다시 정비해 새로 문을 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일 새로 지정한 56개사를 포함해 비상장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104개사의 주식이 거래된다. 금융투자협회는 매년 지정요건에 부합하는 비상장 기업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때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대일로 가격을 직접 협상했다. 하지만 K-OTC에서는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전화나 컴퓨터 등으로 가격이 정해지고 거래된다. 사고파는 사람들 간 협상에 의존했던 가격결정에 시장이 개입하고 시스템이 입혀진 것이다.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에 시장가격이 매겨진다는 점에서 문득 떠오르는 이슈가 있다. 불과 한 달 전 치러졌던 7·30재보궐선거 때 불거진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문제다. 당시 새누리당은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남편의 부동산 임대회사 자산을 주식 액면가로 신고했다며 재산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권 후보의 남편이 지분 40%를 보유한 스마트에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20억원이 넘는데도 주식 액면가 4,000만원만 신고했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상장주식은 거래가격을 적도록 돼 있지만 비상장주식은 액면가액의 합계액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며 맞섰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권 후보의 재산공개에 위법사항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게 '정치인들의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비상장주식 평가 논란도 함께 끝냈다. 하지만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들이 비상장주식을 신고할 때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한 현행 법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주식전문가들은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을 꼽는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의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것이고 BPS는 기업의 순자산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값이다. EPS와 BPS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다. 상속세법은 이미 두 개념에 가중치를 더해 비상장주식을 평가, 세금을 매기고 있다. K-OTC에서 정해지는 주식의 가격도 잣대가 될 수 있다. 비록 비상장주식이지만 분명 거래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적을 공격할 때 필요한 법 규정을 잘도 찾아낸다. 또 그 법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문제는 합리성이다. 지난 선거 때 문제가 됐던 법이라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 때는 쓸데없는 논란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