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지난해말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스크린쿼터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한 부총리는 과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부터 대표적인 '스크린쿼터 무용론자'로 알려져 있어 영화계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 문화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통상전문가인 한 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한.미 양자투자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들어 미국측이 한.미 BIT 체결을 위한 스크린쿼터 문제 선결을 촉구하고 있는데다 우리 정부내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올초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양국의 통상문제와 관련해 스크린쿼터를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한미BIT의 가장 큰 걸림돌로 스크린쿼터를 꼽은 바 있다.
또 지난해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낸데 이어 재경부와 공정위도 사실상 축소 불가피론을 내놨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 부총리가 취임함에 따라 정부는 주무부처인 문화부를 중심으로 스크린쿼터제 논의 재개를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 영화인들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했으나 부처간 입장조율 난항을 이유로 3개월만에 스크린쿼터 논의를 중단한 문화부는 조만간 재경부, 외교부 등과의 협의채널을 재가동해 정부 공식입장을 정한다는 장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난 몇개월간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미 통상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한 부총리 취임으로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영화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와 공정위는 주무부처인 문화부에서 담당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축소 혹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스크린쿼터가 통상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 신임 부총리가 이에 대해 정통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영화인들은 한 부총리가 경제수장의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스크린쿼터 '사수'에 큰 변수가 생긴 것으로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관계자는 "한 부총리의 취임으로 영화인들의 걱정이 늘었다"며 "그러나 통상교섭본부장에 재임했을 때와는 국내 영화산업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각도 바뀌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