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그리스 재정에 이어 세정(稅政)마저 장악하려는 데 대해 그리스가 "식민지화 시도"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가 '나치 점령'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반(反)독일 감정을 드러내는 반면 독일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양국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독일이 160여명의 자원자를 그리스 징세 지원에 파견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에 따라 활동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의회는 2차 구제에 따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음달 1일까지 세무행정 개선을 위한 사전조치를 승인해야 한다. 이 경우 그리스 세정에 독일이 간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EU와 IMF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매년 50억~60억유로의 세금이 징수되지 않으며 누적규모가 600억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정부는 "독일의 인력 지원이 세무행정 지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지 여론은 정반대다. 주간지 프로토테마는 독일의 자원봉사자들을 '나치 돌격대'에 빗대어 "독일 징세관리 돌격대"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점령당한 굴욕을 떠올리며 격렬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스의 한 세무공무원도 "외부 지원은 필요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개선된 컴퓨터 시스템과 그리스의 다른 정부기관들이 협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더구나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이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무르기보다 탈퇴할 때 국가를 재건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하면서 그리스 여론은 더 들끓고 있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가혹한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유로존에서 나가라고 압박하면서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양국의 감정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독일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그리스 예산집행 과정을 통제할 '예산위원'을 파견하자고 주장해 관철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