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간 생산물량 불균형해소 더이상 못 미뤄"<br>노조 집행부 대책委 구성 대안 마련 나서<br>조합원 불만 해소·생산성 향상에 '파란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공장들의 자동차 적정 생산체제’를 갖추겠다고 나섰다.
현대차는 그동안 공장별ㆍ생산라인별 담당차종을 따로 관리해 일감이 부족해 빈둥거리는 공장과 일감이 넘쳐 상시야근을 해야 하는 ‘공장 간 생산물량 불균형’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직전 기아차가 ‘생산인력 전환배치’를 수용한 것과 연동돼 강경일변도의 현대ㆍ기아차 노사문화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으로 읽혀진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은 5일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의 물량 문제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최근 조합원의 전환배치를 수용한 데 이어 현대차 노조도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동참하는 동시에 조합원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울산 1공장에 쏘나타 생산라인을 갖추고도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해 가동조차 못하고 있던 터라 노조의 전향적인 물량 문제 해소 의지를 적극 환영한다”면서 “노조의 대안이 나오면 실제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뒤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이날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지난달 2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장 간 물량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만큼 공장 간 물량의 균형과 물량확보의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집행부를 중심으로 ‘물량대책위’를 만장일치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윤 지부장을 비롯해 각 공장의 노조 대표 등 17명으로 구성된 물량대책위는 공장별 물량 불균형 현상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 회사 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공장 간 물량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공장 간 생산차종과 생산대수가 다르기 때문. 클릭과 베르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일감 부족으로 이달부터 주야 2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여 하루 8시간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반면 아반떼와 i30 등을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주문이 밀려 한달에 10일씩 특근을 서고 있다.
일감이 바로 임금과 직결되는 현실 속에서 수년째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일부 공장 조합원들은 임금격차에 대한 불만이 터뜨리고 있으며 회사도 생산성 악화에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윤 지부장은 이와 관련, “울산 4공장은 5년째, 1공장은 3년째 물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지부장으로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물량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공장 간, 또는 조합원 간 다소 서운하고 불편한 것이 있겠지만 고용안정과 (물량 문제 해소에 따른) 혜택을 조합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도 “일거리가 없어 잔업도 못하는 사업부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해당 주체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물량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노조가 뒤늦게나마 팔을 걷어붙인 배경에는 정치파업의 퇴조와 신임 노조의 출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민노총의 비정규직 파업과 지난해 현대차 성과급 파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파업 등으로 물량 문제가 노조의 관심순위에서 밀린데다 지난해 새 집행부를 선출하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는 공장 간 노노 갈등 양상까지 빚고 있는 물량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물량대책위원회 발족과 위원장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9일 노조 물량대책위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실시하고 울산 1공장 주야 8시간 근무, 아산공장 쏘나타 물량 이전, 울산 5공장 정규직 투입 시기 등 각 공장별 현안에 대해 노조와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