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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테니스 황제"

US오픈 우승으로 한 시즌 3개 메이저 우승…승률 96.97% 역대 최고

황제의 칭호는 이제 이 남자가 물려받아야 할 것 같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4ㆍ세르비아)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마저 ‘접수’했다. 프랑스오픈(4강)만 제외하고 3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독식한 조코비치는 올 시즌 96.97%(64승2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우뚝 섰다. 조코비치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25ㆍ스페인)을 4시간10분의 접전 끝에 3대1(6대2 6대4 6대7 6대1)로 꺾고 만세를 불렀다. US오픈에서는 처음 우승한 조코비치는 2008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4개로 늘렸다. 이 가운데 3개가 올 시즌에 쓸어담은 것이다. 한편 전날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사만다 스토서(10위ㆍ호주)가 서리나 윌리엄스(27위ㆍ미국)를 2대0(6대2 6대3)으로 누르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익살꾼에서 진정한 1인자로=조코비치는 9ㆍ11 10주년을 맞아 뉴욕 소방관(FDNY) 모자를 쓰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어린 시절 세르비아 내전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조코비치는 미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코비치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동네에서 수영장의 물을 빼고 훈련했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조코비치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테니스계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3~4년 전 조코비치는 ‘코트의 익살꾼’으로 더 유명했다. 나달과 로저 페더러(30ㆍ스위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이 지닌 특유의 동작을 흉내내 좌중에 폭소를 안기곤 했다. 다분히 권위적인 분위기의 테니스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장난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계기로 조코비치를 평가하는 데 다른 기준은 필요없어졌다. 43연승을 포함해 66전64승을 올린 조코비치의 올 시즌 승률 96.97%는 ‘악동’ 존 매켄로(미국)가 1984년 세웠던 96.47%(82승3패)를 넘어섰다. 역대 한 시즌 최고 승률 기록 보유자가 된 것이다.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10차례 우승했는데 하드 코트 6승, 클레이 3승, 잔디 1승 등으로 환경을 가리지 않았다. ◇페더러? 나달? 적수가 없다=올 시즌 프랑스오픈 4강에서 조코비치의 44연승을 저지한 세계 랭킹 3위 페더러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조코비치에게 설욕의 제물이 됐다. 2대0으로 앞서다 세 세트를 내리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2005년 81승4패를 올리기도 했던 페더러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내리막길이라는 평가다. 페더러 앞에 붙던 ‘황제’ 수식어는 이제 조코비치에게 더 어울리는 분위기다. ‘천재’로 불리는 세계 랭킹 2위 나달도 조코비치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윔블던에 이어 US오픈에서도 조코비치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나달은 조코비치와의 상대 전적에서 6전 전패로 절대 열세다. 나달은 부상이 잦은 데다 조코비치 앞에서는 왼손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반면 글루텐(불용성 단백질의 일종) 섭취를 최소화하는 식단을 지키면서 몸 만들기에 매진한 조코비치는 유일한 약점이던 서브까지 강화하면서 난공불락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코비치는 “나 자신도 놀랄 만한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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