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新남북경협시대, 과제는] <상> 실용·실리가 중요하다

민간투자 가로막는 불확실성 해소 먼저<br> "삼성전자 北과 교류땐 테러지원기업 지목될수도" <br>주변국과 공조 대외여건 개선 못하면 한계 뚜렷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07 남북 정상회담’ 설명 브리핑에서 “(남북경협은) 기본적으로 민간(기업)들이 투자적 방식으로 접근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의 시혜적ㆍ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수익성을 보고 투자에 나설 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가 경협의 물꼬를 열었듯 2차 정상회담의 경협 성패 역시 민간기업의 적극적 참여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회담은 정부가 하고 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입장에서도) 제2의 현대그룹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곳곳에 불확실성의 지뢰밭=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한 예로 삼성전자가 북한과 물자를 주고 받을 때 테러지원기업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북한의 경우 유엔 안보리에 의한 전력물자 반입규제 외에도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다 보니 국내 기업이 북한과 거래할 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 때 미국산이 10% 이상 포함되면 반드시 자국의 허가를 맡도록 하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원칙적으로 북한으로 반입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과 거래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기업의 북한 투자에 대해 법을 어기지 않았나 감시망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투자의 최대 걸림돌인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 선뜻 남북경협에 나서는 기업이 나타날 리 없다. 실제 2차 정상회담에 동참한 모 재벌총수는 “몸만 따라다니지…” 라며 퉁명스러운 답변을 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한 예로 북한이 최근 모래 가격을 1.5유로에서 갑자기 2유로로 올려 당황했다”며 “이미 합의한 4대 경협 합의도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대단히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칠레ㆍ싱가포르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관세인하 혜택을 얻어냈지만 북한 내 다른 공단도 한국산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깔려 있는 셈이다.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북측과는 하루에 50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500만달러의 거래가 언제, 어느 순간에 선적이 중단되는 등 불이익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 현재의 모습이다. ◇주변국과 공조가 선결조건=그렇다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남북 간 상호신뢰 못지않게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꼽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차 정상회담 성과대로 인프라 등이 갖춰질 경우 남북경협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남북경협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해소되고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는 등 대외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외여건은 그대로 둔 채 남북경협 규모만 확대된다면 북한 내 공단이 저임금에 기반한 저가 제품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과 공조가 절실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이 빠지지 않아도 좋지만 미국이 북한을 어느 정도 인정만 해줘도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북한이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지 못해도 남북경협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적지않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해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얼마 전 9월7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 뒤 “우리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메시지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정상회담 수행원이었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북한과 조선사업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통관ㆍ통신ㆍ통행 등 3통(通)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라며 “북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사실 경협을 통한 남북 공동번영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의명분만 갖고서는 한계가 뚜렷한 게 현실이다. 2기 남북경협의 안착을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공조, 그 중에서도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은 말 그대로 ‘칼날 위에 선’ 형국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 정부도 주변국과의 협조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리드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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