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은 안전한가/상황 유사… “남의일 아니다”(동남아 금융위기)

◎성장 둔화·경상적자 닮은꼴/당국 “하반기 호전” 낙관불구/대기업 부도등 심상치 않아올초 원화환율 급등, 무역수지 적자 누증 등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감으로 외채문제가 심각한 경제이슈로 등장하면서 흉흉하게 나돌았던 「외환위기론」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들어 동남아국가들 화폐를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헷지펀드들의 공격적인 환투기로 동남아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남의 일로만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남아 외환위기의 원인은 1차적으로 이달초 태국정부가 단행한 관리변동환율제도의 채택이다. 그동안 태국경제에 비추어 고평가돼있던 바트화가 환율제도의 변경으로 강한 절하압력을 받은데다 국제 헷지펀드들이 공격적 환투기에 가세함으로써 유발된 바트화 가치폭락이 인접국의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남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조적인 경제체질 약화가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동남아국가의 외환위기­배경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자료에서 동남아의 외환위기와 관련해 ▲성장세 둔화 ▲경상수지 적자규모 확대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심화 등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해진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당국이 외국자본의 안정적 유치와 과도한 외채부담 완화를 위해 환율을 경직적으로 운용함에 따라 해당통화의 고평가 심리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전개된 투기적 공격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경제기조적 측면에서 한은이 분석한 동남아 외환위기 요인들은 우리 경제상황과 너무나 흡사해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 95년 8.9%였던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지난해 7.1%로 떨어졌고 올들어 1·4분기중에는 5.4%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사상최고치인 2백37억2천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 5월까지만 이미 1백5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보, 삼미그룹의 부도, 진로, 대농,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부실화의 위기에 놓였고 일부 금융기관의 도산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은행이 특융지원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책당국은 여러가지 요인을 들어 동남아국가들과 우리 경제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이 동남아국가들보다 크게 양호하고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하반기부터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며 ▲자본시장의 개방정도가 낮아 해외 투기성자금의 유입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들어 동남아와 같은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은의 이같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상수지 적자의 축소전망은 하반기에 엔고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연이은 대형부도의 후유증이 아직 경제 전반에 잠재해 있어 기초경제여건조차 불투명하다. 해외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제한돼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국내에 유입된 1백8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상당액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어 급격한 외화유출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예고돼 왔다. 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8월 「동아시아의 멕시코위기 재연 가능성」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동아시아 개도국중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멕시코 통화위기의 재연징후가 많은 국가로 태국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94년당시 멕시코정부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국가들도 국제수지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게 바로 외환위기 발생을 예고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었다. 동아시아국가와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경제상황이라고 강변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인정하려들지 않는 우리 정책당국이 곰곰히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다.<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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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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