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기금 바닥위기] 국민부담 증가 설득여부 관건

금융구조조정비용의 추가 조달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재원이 바닥나 추가로 비용을 조달하자니 국민부담 증가로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반면에 부족한 재원만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구조조정이 왜곡돼 금융시스템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실물부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담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현재 조달한 64조원의 재원으로 충분하다고 밝히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묘안을 짜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계는 구조조정재원이 이미 바닥나 구조조정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추가재원 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왜 부족해 졌나= 정부는 64조원의 구조조정재원을 확보의 근거로 부실채권규모가 100조원수준(최대 118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실행하다보니 부실규모가 50%이상 증가했다. 당초에 150조원 규모로 부실채권을 추정하기도 했으나 이 경우 구조조정재원이 100조원에 달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판단, 부실추정 규모를 축소했다. 결국 예상보다 부실이 늘어나 구조조정재원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의 부실이 예상외로 확대됐다. 새한종금, 한남투신의 예에서 보듯이 부실종금사와 투신, 보험사 등이 대주주와 계열사에 돈을 퍼부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 기아의 사례에서 보듯 부실기업을 실사한 결과 분식결산 등으로 감춰놓은 부실이 늘어났다. ◇정부 입장=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과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현재의 재원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가 신규부실이 줄어들고 부실채권매입대금에 여유가 있어 이를 증자대금 등으로 옮기면 전체 규모를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사실상 확정된 사용처만도 기존에 확보한 재원을 초과하고 있어 곤혹스런 입장이다. 때문에 영업권을 받고 생보사를 매각하는 방법, 종금사를 다른 금융기관에 일종의 특혜를 주고 합병시키는 방법 등 비용절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실이 치유불능 단계에 달했고 파산처리할 경우 예금대지급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금융기관은 아예 도산처리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합병 매각 등을 통해 처리할 경우 자산부족분을 다 메워줘야 하는데 파산처리할 경우 예금보호대상이 아닌 상품은 고객의 손실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금융경색 현상과 예금인출 등 신용교란 현상을 초래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재원 조달을 꺼리는 이유는 여야 대치국면과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등 정치상황을 고려, 말문을 열기가 힘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상은 어떤가= 금융구조조정재원이 15조~20조가량 부족하다는 분석도 구조조정은행들의 뼈를깍는 노력과 경기회생을 전제로 한 낙관적 분석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매릴린치사는 64조원을 다 쓰고도 25조~35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일단 현재의 구조조정비용에는 부실투신에 대한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구조조정을 일단 종료한 은행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협조융자 등 구조조정여신을 자체증자와 해당기업의 경영정상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강화되는 대손충당금 설정기준에 따른 손실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4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정부가 이를 메워주기 위해 5조원 이상을 유가증권 현물출자 등의 방법으로 증자했다. 현물출자할 주식도 떨어져 올해 발생하는 부실은 국회동의를 얻어 돈으로 매꾸거나 채권으로 출자해야 할 형편이다. 국회동의를 거쳐 돈을 써야 할 곳이 곳곳에서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재원부족시 부작용= 물론 적당히 넘어갈 경우 환부를 그냥 덮어준 채 가면 시간이 흘러가며 IMF등 국제금융계가 이를 눈여겨 볼 가능성도 적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이 훼손되면 형평성 시비가 재연될 수 있다. 또 예금대지급비용을 줄이기 위해 파산처리방식을 대거 도입할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인수은행 등에 대한 지원을 억지로 축소할 경우 동반부실화의 가능성이 크고 반대급부로 영업상의 이익을 줄 경우 관치금융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설득이 관건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등의 정상화를 조기에 서두둘러 국민부담으로 투입된 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실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금융기관도 뼈를 깍는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당장은 부담이 되지만 조기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부실을 깨끗이 정리하는게 결국 국민경제 전반에 이익이라는 사실을 금융계 안팎에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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