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잘 사는 나라' 만드는 길 보여준 리콴유 리더십

향년 91세로 23일 영면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길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정치 지도자였다. 1965년 그가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나라 꼴은 말이 아니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달러에 부존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가난에 찌들고 부패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그랬던 싱가포르가 그가 퇴임한 1990년 1인당 GDP 1만2,750달러의 강소국으로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5만6,113달러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리콴유 리더십'에 관심을 표명하는 배경이다.


리콴유 리더십의 요체는 국민의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진정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가…그들이 원하는 것은 주택과 의료, 일자리와 학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통치기간 내내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해외 투자자금 유치 등에 역점을 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이자 물류 중심지와 금융허브로 굳건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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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싱가포르 국민이 리콴유 리더십에 완벽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풍요와 번영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히틀러'로 지칭될 정도로 혹독했던 그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룬다.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한때나마 150개국 중 149위로 추락하기까지 했다.

리 전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경제 근대화를 이끈 공로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나란히 미국 타임지가 꼽은 20세기 아시아의 20대 인물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함께 주목받았던 한국과 싱가포르 간에 지금은 국가경쟁력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철학자 플라톤이 꿈꿔온 현인정치와 민주주의적 정체 사이의 갈등과 고민을 두 나라가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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