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은행인수 문제있다인터넷 업체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일본채권신용은행(日債銀)을 인수키로 한데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됨에 따라 일본에서 가장 보수적인 금융업계에도 신경제의 파장이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계약은 일본이 오랜 은행 위기를 겪은 후에도 필요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건전한 은행 시스템을 갖추려면 한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은행이 모회사에 대출을 해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술 발전으로 아무리 금융업이 변모한다 해도 비금융업체가 은행을 소유하거나 은행이 기업그룹의 일부가 되는 것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일본은 은행과 기업들간에 오랜 결탁의 역사를 유지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같은 원칙을 실행하기란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日債銀과 같은 부실은행을 회생시키기 위한 대책이라면 가능한 한 옳은 방향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소프트뱅크의 인수 발표는 기본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왜 해외 인수세력인 서베루스 보다 소프트뱅크가 日債銀 인수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는 지에 대해선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얼마나 지분을 갖게될 지, 日債銀의 경영에 얼마나 관여하게 될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대주주로서의 권리 남용을 막기 위한 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모호한 수준에 그쳤다. 예금자들의 돈이 모회사나 관련 기업들을 키우는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만한 감독 체제가 필요하다.
게다가 소프트뱅크가 회계장부상 불투명하다는 점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옛 일본장기신용은행을 인수한 리플우드의 경우 은행 자산을 주주인 GE 캐피털에 매각하는 데 있어 상당한 애를 먹었는데, 日債銀의 경우 소프트뱅크와의 투명한 관계 유지가 한층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문제들을 명백히 하지 않고서는 일본 은행업계가 개혁을 통해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6월 7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입력시간 2000/06/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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