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부지선정절차 공고는 지난해말 중단됐던 부지선정 작업이 다시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방폐장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지난 86년 이후 19년째 표류하고 있는 부지선정작업이 절차의 민주성, 방폐장 안전성, 지역지원 등 3대 요소를 대폭 강화한 것을계기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주민투표에 의한 부지 선정,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 연료의 분리 처리, 유치 지역에 대한 대규모 지원 등으로 과거 어느때보다 부지선정의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경주, 영덕, 울진, 포항, 군산 등 5개 지역이 방폐장 유치에 관심을 보여 최근 부지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과거에는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부지 조사를아예 시작할 수조차 없었다.
이번에 새로 정해진 절차를 과거와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것은 중저준위 폐기물과 원전의 사용후 연료를 분리해 방폐장의 용도를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로만 제한한 것이다.
방폐장 용도를 장갑, 의복, 주사기 등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로만 제한해 방폐장에 대한 주민 불안을 완화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부지선정 작업에 돌파구를 뚫겠다는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 현재처럼 임시 보관하고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다 방폐장지원특별법이 지난 3월 제정, 공포돼 방폐장 유치 지역에는 사업초기 3천억원 특별 지원, 연평균 85억원 반입수수료 지급,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 지원 등의 지원책이 시행된다.
이번 절차 및 지원책의 보완은 과거 방폐장 부지선정이 실패를 거듭한 데 대한뼈저린 반성에서 비롯됐다.
방폐장 건립은 폐기물 임시저장고의 포화로 인해 지난 86년부터 추진돼왔으나주민반발, 폭력사태, 정부의 밀어붙이기 등이 반복되는 속에 현재까지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정부 역시 큰 혼란을 불러왔던 부안사태를 계기로 더이상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는 부지를 선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지선정 절차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했다.
새 절차로 방폐장 부지선정 전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부지선정에 성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폐장에 대한 주민거부감이 얼마나 큰지는 과거의 실패 경험들이 말해주는데다방폐장 건립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환경단체들은 방폐장 건립 저지를 통해 원전 추가 건설을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폐장 부지선정의 성공은 방폐장의 안전성, 나아가 원전 건설 및 방사성폐기물처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