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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아시아 증시 버블 논란은 시기상조

매튜 서덜랜드 피델리티 주식투자부문 아시아 지역 총괄


중국·인도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르자 일부에서는 과열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거품(버블) 문제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시점이다.

주식시장에서 버블은 자산의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을 때 발생한다. 내재가치는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기대수익을 현재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평가한 값을 의미한다. 어떠한 자산을 적정가치 이하로 구매한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적정가치보다 높은 값으로 산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목의 가치(밸류에이션)가 시장평균을 +2 표준편차 이상 웃돌거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50배 이상인 경우 버블을 의심해야 한다. 기업이 50배의 PER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자본비용의 2배를 넘는 자기자본수익을 25년 동안 기록해야 하는데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힘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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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태재무학적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적정가치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군중심리'에 의한 것이다. 군중심리는 무리를 따르고 싶어하는 욕구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주식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본다면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투자를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명이 식사를 하거나 모임을 가질 때 쉽게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며 주식투자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결국에는 나머지 무리를 따라 이미 상당히 높아진 가치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심리적 요인은 '바보이론'이다. 주식에 투자하고 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아무리 현재의 가치가 높더라도 '그래도 누군가는 나보다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그런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보'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에는 손실을 보고 만다.

어쨌든 현재 중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A주 시장 전체의 PER은 약 20배 수준으로 심각한 과열양상을 보였던 2007년의 40배보다 훨씬 낮은 상태다. 그러나 소재 및 기술업종 일부 종목은 50배 이상의 PER을 보이고 있으며 헬스케어 및 통신산업 또한 30배 이상의 PER을 가진 종목들이 등장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한국 역시 중국과 비슷한 업종에서 과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 증시에서는 일부 소비재 종목들이 고평가돼 있다.

아시아 주식시장 전반의 버블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아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일부 업종의 과열 여부를 살펴야 하며 시장의 흐름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는 개별종목의 밸류에이션과 적정가격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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