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왜곡된 선물문화

안길수 기자 <생활산업부>

설을 앞두고 정부와 재계가 나서 ‘설 선물 주고받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정ㆍ재계 거물들이 직접 캠페인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운동에 영향을 받아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자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몇해 전만해도 선물 주고받는 문화는 부정부패를 조장하고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기업들과 공무원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구태’로 낙인찍혔던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선물은 원래 부족간 전쟁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래했다고 한다. 부족간의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의 제스처로 선물이 자리잡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선물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인간, 집단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평화를 위한 증표가 아닌 특혜와 청탁을 위한 뇌물로 전락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정치권과 기업들이 부정부패를 일삼던 문화에서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의 선물’이 뇌물과 동격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받는 사람보다 주는 이가 먼저 ‘순수한 마음으로 선물을 줬다가는 망신 당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로 그 의미가 변질됐다. 포털 사이트 야후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3만원 이내의 설 선물을 주고받자는 운동에 대해 응답자의 55%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을 정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선물=뇌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물론 선물문화를 왜곡시킨 근본적인 책임은 정치인과 기업들에 있다. 그동안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도덕적 불감증을 사회에 만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절 때 주고받는 작은 선물은 우리 민족의 오랜 미풍양속일 뿐 아니라 내수경기에도 도움이 되는데 덮어놓고 비판하는 것이 문제다. 3만 내외의 선물까지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선물도 능력 있는 사람은 좀 주고받고 그래야지 왜 그것도 못하게 하느냐. 기자 양반이 신문에다 (사람들이) 선물 좀 많이 사라고 써달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70대 상인의 말이다. 설 경기 취재차 시장을 찾은 기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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