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동향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권력 실세이자 고모부였던 인물을 전격 처형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어 북한 정세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유를 북한은 최고 권력 자리를 노린 역모와 명령 불복종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상황도 한 요인이다. 장성택의 죄목에는 2009년 화폐개혁, 10만호 수도건설 사업, 지하자원 개발, 외자 유치 등 그간 북한이 추진했던 경제 사업이 망라돼 있다.
장성택 처형 후 북중 경협 추진력 상실
경제적 위기에 따른 사회주의체제 전복 음모까지 강조했다. '장성택이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지는데도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군대와 인민이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경제 파탄의 책임을 장성택에게 덮어씌운 꼴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경제성과를 떠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전시성 사업에 돈을 낭비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경제생활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화폐개혁 직후 쌀 1㎏에 북한 돈 50원하던 것이 지금은 6,000원으로 무려 120배나 뛰었고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130원하던 것이 8,000원까지 올랐다. 월급으로 쌀 1㎏도 못 사 북한 주민들은 장사를 해야만 가족들의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다. 장성택이 빠진 북한 경제의 앞날은 앞으로 더욱 암울하다. 그나마 군부 강경파에 맞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 한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조선경제개발협회의 윤영석 국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제개발구 관련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경제개혁 개방 기조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그만큼 북한 내부적으로 장성택 처형에 따른 경제 후퇴와 외자유치 차질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부터 차질이 예상된다. 사형집행 판결문에서 '지하자원을 헐값에 팔아먹고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외국은 중국을 지칭한다. 황금평 개발은 지금으로서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중 간 대표적인 협력 모델인 나선경제특구 개발도 추진력을 잃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처벌이 두려워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중성마저 드러내고 있어 혼란스럽다. 장성택 처형 직후 4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개최와 주요20개국(G20)과 국제금융기구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도 허용했다.
경제 해결없이 김정은체제 장담 못해
북한이 겉으로는 내부 사정과 경제를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만큼 경제문제 해결 없이는 김정은 체제의 순항도 장담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심상치 않다. 개혁파의 입지가 줄어들고 군부 보수 강경세력이 득세하는 권력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 도발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꽉 막힌 남북경협의 복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무모한 짓을 말고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중국 등과의 국제공조를 더욱 강화해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응하되 북한의 안정적 관리와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신뢰 기반의 남북경협에 적극 나설 준비 또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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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