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민행복 위한 서비스디자인


디자인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1년'에너지고지서 리디자인 사업'을 시범 실시했다. 우리 집의 에너지 사용량 및 전년도 사용량, 동일 평수와의 사용량 비교 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시각화해 자발적으로 주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 결과 시범단지 아파트의 전기료를 평균 1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디자인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 역시 '그렇다'이다. 영국의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업체 리브워크(livework)는 영국 한 지역의 고용지원 서비스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실업자들과 함께 구직과정을 하나의 지도로 만들고 취업 교육, 지역 서비스 등 구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완성된 고용지원 서비스모델은 구직 상황별로 필요한 교육과 서비스, 기관 등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구직과정을 좀더 쉽게 하고 구직기간을 단축시켰다. 결과적으로 영국 정부는 1인당 약 1억원에 달하던 실업수당을 1,000만원 정도로 줄였으며 1,000여명의 지원자 중 275명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용자 행동·감정 세심한 이해 부족


사전적으로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진, 특정 행동을 유도하지만 직접적으로 명령을 하거나 지시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의미의 '넛지(nudge) 마케팅'이 최근 주목 받으며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넛지'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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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실업률 저하 등 공공 분야에서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은 무한하다. 디자인은 수요자 중심의 참여와 관찰을 통해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하고 유무형의 재화를 설계함으로써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조정, 행동변화를 유도한다. 법과 제도, 규제와 같은 잔소리 대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설계로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맡김으로써 부드럽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 시스템은 주로 효율성과 생산성에 입각한 관리의 관점에서 구축돼온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을 통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책을 구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민 개인이 느끼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정책 대상인 국민들의 수요와 행동에 관한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이 좋은 서비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와 그 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맞춤형 디자인 혁신 나서야

정부도 최근 '개인별 맞춤 행복' '수요자 중심 서비스 정부'등 사람 중심의 국정 철학을 내세우며 국민맞춤 행복을 위한 정부혁신을 표방하고 있다. 국민맞춤 행복이 실체로서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 방법과 절차가 필요하다. 사례에서 봤듯이 '서비스디자인'은 국민 맞춤형 혁신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서비스디자인은 공공서비스 분야의 중요한 혁신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국민들의 참여와 소통,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스위치 역할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서비스 제공 주체인 정부의 인식변화와 혁신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은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국민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설계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국민 행복을 위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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