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대체 살필 겨를도 없이 러프로만 헤매돌던 때, 어서 빨리 라운드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던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간혹 누가 그린주위에서 냉온탕이라도 할라치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골퍼들이 많다.물론 초보자와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신의 경기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이 볼을 찾아주자니 힘겹고, 4~5타만에 그린까지 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리듬이 깨지고, 퍼팅라인을 밟아버리기도 하고, 샷 하려고 어드레스를 취했는데 갑자기 큰 목소리로 떠들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그날 플레이는 「지옥에서 보낸 한 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친구들끼리라면 농담이라도 해가며 충고라도 할 수 있지만 친숙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는 매우 곤란하다.
서울 혜화동의 한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고 있는 박 프로는 간혹 레슨받는 「손님」들과 라운드할 때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몇개월 겪어본 골퍼들은 그 사람 스타일에 맞춰 충고를 할 수 있지만 유난히 고집센 사람들과 함께라면 아예 자신의 라운드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박 프로는 『나의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아예 느긋하게 마음먹으면 짜증도 덜 나고 오히려 샷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박프로처럼 아주 우연히 자신과 실력이 크게 차이나는 비기너를 만났다면 한번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어떨까.
베스트 스코어를 내겠다고 잔뜩 부풀었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억울하지만 리듬이 깨져 최악의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는 「그저 평소처럼만 하자」, 아니 「오늘 최악의 스코어를 낼 수도 있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만약 스코어가 엉망이라 하더라도 「원래 내가 그렇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속이 편해진다.
이렇게 마음먹는 것 역시 아마추어가 취할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법이다.
비기너가 어쩌다 굿 샷을 날리면 「늘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다행이군, 이제 최악의 샷이 나오겠는걸」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나 걸음이 느리다거나 퍼팅라인을 자주 밟는 경우는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캐디를 통해 넌지시 암시를 주는 것이 좋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