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弱달러 정책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던 일본과 EU(유럽연합)가 마침내 ‘시장 개입 불사’ 입장을 밝힘으로써 환율파워게임이 시작됐다.
일본과 EU가 관망 자세를 버리고 이처럼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급격한 달러약세로 수출 및 제조업 기반이 흔들기 시작했는데도 달러약세 기조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경제가 일자리 창출 등 달러약세를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시급히 일본과 EU의 공동대응에 발을 맞추는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달러화의 가치는 지난 한달 동안 원화에 비해 10%나 떨어졌다. 엔화에 대해선 지난 9월 이후 6.1%, 유로화에 대해선 8.4%가 떨어진 것에 비하면 원高의 속도가 얼마나 가파른 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일본과 EU에 공동대응을 제의하고 나서야 할 판이다.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등 미국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弱달러 공동대응은 당연한 흐름이다.
지난달 말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3 회의에서 한ㆍ중ㆍ일은 弱달러에 공동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동상이몽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생각은 같았으나 위앤(元)화 절상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의 생각은 달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일본과 EU가 弱달러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것은 3일부터 열린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 대해 달러약세의 한 원인인 위앤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의 성격을 띠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단기간의 급격한 환율변동은 어떤 경제도 지탱하기 어렵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일본과 EU의 공동대응에 화답한 것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3개월 안에 환율이 달러당 원화가 980, 엔화 98, 유로화가 1.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약달러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면 우리수출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이와 함께 중국이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소규모 위앤화 평가절상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