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오너의 책임감

[기자의 눈] 오너의 책임감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신세계와 경방이 얼마전 유통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방필백화점을 신세계가 대신 맡아 운영하기로 양사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김담 경방 부사장. 신세계와 경방의 2세로 실질적인 오너인 이들에게도 공교롭게 세간의 눈과 입이 쏠렸다. 한명은 너무 솔직했고, 한명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외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의 가족사와 운동 때문에 점심에 닭가슴살을 먹는다는 개인 이야기까지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홈페이지가 인기를 끌고, 특히 가족얘기가 사생활 공개로 화제가 되면서 가족란이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그리고 며칠 뒤엔 아예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신세계 측은 "과도한 세간의 관심이 부담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홈페이지를 폐쇄시킬 필요까지 있었을까. 일반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재벌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도 개설한 지 두달도 안 돼 손바닥 뒤집듯이 홈페이지를 없앤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개인이기에 앞서 책임감 있는 대기업 오너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솔직한 행동으로 낭패를 봤다면 김 부사장은 거짓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4월 본지가 '경방이 신세계를 비롯한 롯데ㆍ현대 등과 백화점 제휴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김 부사장은 즉시 몇몇 매체를 통해 '신세계 등 어느 누구와도 접촉한 일이 없고, 접촉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신세계 영등포점을 인수하고 싶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결국 3개월도 안 돼서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물론 사업의 비밀유지를 위해 입을 다물거나 부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인터뷰까지 자청해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기업을 책임지는 오너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경방필백화점 직원이 "오너의 얘기라서 무조건 믿었는데 배신감이 크다"는 한탄까지 했을까. 재벌가의 오너는 대단한 자리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우러러본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오너니까 괜찮겠지,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에 앞서 '사려 깊은 행동인지, 아닌지' 한번 더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입력시간 : 2007/08/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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