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8월 21일] 양용은 프로의 선물

전세계가 최종 라운드 14번째 홀에서 그의 이글 칩샷에 숨죽였고 마지막 홀 버디 퍼트에 환호했다. 지난주 말 우리나라 나이로 38세인 늦깎이 프로골퍼 양용은은 불과 하루 전까지도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숨에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열외 인생'의멋진 성공 스토리
국가 지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국이 애도의 분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웬 골프 이야기냐고 힐난하는 독자도 계시겠지만 세상은 마냥 진지한 주제만으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여유롭게 넘기시기 바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골프 4대 메이저 대회의 하나인 ‘PGA챔피언십’에서 절대 강자 타이거 우즈를 꺾은 양용은 프로를 놓고 이번주 내내 전세계가 찬사를 이어갔다. 그의 성공스토리에 대해 지구촌이 보내는 찬사와 다르게 우리 사회는 그에게 좀더 특별한 감탄과 고마움을 표할 필요가 있다. 그가 우리에게 건넨 가장 큰 선물은 ‘엘리트 코스만이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다. 골퍼로서 양용은 프로는 대단한 스승을 모시고 철저하게 레슨을 받아 길러진 ‘골프 영재’가 아니라 어깨너머로 골프스윙을 보고 배웠던 ‘일종의 열외생’이다. 지금의 우리사회 통념으로 보자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옆길’만 밟아온 이단아다. 과장법을 사용하자면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재능이나 흥미ㆍ학습능력 등과 무관하게 내남 없이 엘리트 코스만 밟기를 원한다. 공부를 좀 잘한다 싶으면 무조건 과학고나 외고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며 한발이라도 삐끗해 이 코스에서 이탈하면 그동안 악착같이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진 듯 절망한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학원에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대오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한다. 하지만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만든 양용은 프로의 샷과 퍼팅은 ‘본인의 열의가 어떤 엘리트 코스보다 더 효과적인 성공방정식’이라는 점을 한국 사회에 새삼 일깨워줬다. 세계 최고로 올라선 양용은 프로의 성공은 ‘부모가 자녀들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겸허함도 느끼게 했다.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이라고 한다. 양용은 프로의 부모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먹고 살 방편을 위한 기술이라도 배우지 않고 부자들의 유희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골프에 인생을 걸려는 그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모가 모르는 길을 가려는 자녀의 고집은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의 미련한 선택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골프에 매달리는 그에게 ‘제발 정신 좀 차려라’고 했을 양용은 프로 부모의 입장이 100% 이해된다. 양용은 프로가 선택하고 밟아간 길이 반드시 모든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르게 하는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부모들의 걱정이나 우려와 달리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이 실패로만 향하는 일방통로도 아님을 그는 멋지게 증명했다. '만년과장·부장'에 희망메시지
19세(우리나라 나이 20세) 때야 겨우 골프공을 만지기 시작한 늦깎이 양용은이 4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세기적 신동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는 것은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시작이 엉클어진 젊은이는 물론, 의욕을 갖고 뭔가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자책하고 있을 숱한 ‘만년 과장, 만년 부장’들에게 양용은 프로가 보여준 ‘늦은 시작’의 성공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출발’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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