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비즈니스는 '숫자 매니지'가 아니다

<8> 조직관리와 숫자

구성원의 충성·협동·자부심 등 조직 핵심가치는 수치화 못해

중요한 건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김형철의 철학경영] 비지니스는 숫자를 매니지하는 것이 아니다

<8>조직관리와 숫자

핵심가치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아


400미터 릴레이 세계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미국팀과 프랑스팀이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미국 선수 4명의 개인 기록을 합산해보니 프랑스 선수들보다 3.2미터가 빠르다. “땅”하고 경기가 시작된다. 여러분 어느 팀이 이겼을까요? 그 경기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요? 이것은 출제자의 의도를 간파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미국팀이 이겼다면 왜 물어보겠는가? 자, 이제 승리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 지도 분명해진다. 바로 바톤터치다. 진짜 퀴즈 들어간다. “승리의 핵심 비결인 바톤터치에서 준 사람이 잘 준걸까요? 아니면 받은 사람이 잘 받은 걸까요?” 이 질문을 해보면 학생들 중에는 대답이 분분해진다. “당연히 준 사람이죠! 잘 줘야만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아무리 잘 줘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바톤은 땅에 떨어집니다.” “결국 둘 다 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대답은 양비론 양시론이다. 도무지 방향을 제대로 잡아 주질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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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준 사람이 잘 준 걸까요? 받은 사람이 잘 받은 걸까요?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사실 이미 나와 있다. 바톤터치에서 준 사람이 얼마나 잘 주었는지, 받은 사람이 얼마나 잘 받았는지는 절대로 수치화할 수 없다. 이것이 연구결과다. 슬로우 모션 비데오를 돌려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준 사람의 기여도와 받은 사람의 기여도는 절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 비즈니스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릴레이 경기에서 승리의 핵심비결인 바톤터치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비즈니스는 마라톤이나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릴레이에 가깝다.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승리할 수 없는 것이 릴레이 경기의 속성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직내의 핵심가치 중 어느 것 하나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 조직에 대한 자부심, 직원간 협동심 그 어느 것 하나도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나는 수업시간에 3,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해봤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꼭 가져가고 싶은 것 10개를 리스트하라!” 이렇게 말한 다음 하나씩 지워 나가게 만들면, 제일 마지막에 남는 것 한 개는 무엇일까요? 결국 셋 중의 하나로 압축된다. 첫째, 절대자 둘째, 가족 셋째, 사랑! 여러분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숫자로 환산되는 것이 있나요? “THE MOST IMPORTANT THING IN YOUR LIFE IS NOT A THING!”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다!” 서양의 속담이다. 인생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에 있다. 아마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일 것이다. 돈은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수단은 수단일 뿐,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 어떤 리더가 “나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이 리더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중이다. 아니 본인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번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과학적 방식으로 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은 일단 옆으로 제껴놓았습니다. 셋째,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넷째, 끝내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 막강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입니다.” 당시 미국 국방부장관 맥나마라의 기자회견 내용의 핵심요지이다. 미국은 “왜 우리는 이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핵심가치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진 것이다.

비즈니스는 숫자를 매니지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어떤 리더가 “나는 숫자 하나만을 보고 내 조직을 경영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마치 테니스 선수가 “나는 스코아보드를 보면서 시합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우를 범하는 것이다. 테니스를 칠 때는 상대방 선수를 보고 치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 선수 발의 방향을 보고 쳐야 한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매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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