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정 저작권법 전 국민을 범죄자 만드나?

지난 17일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대형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새 법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불만가득한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법개정으로 정부가 네티즌들을 전부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교보문고나 미용실에서 CD를 틀어주는 것도 불법이 됐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문화연대, YMCA열린정보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일부 시민단체들도 저작권법이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고 인터넷의 생명력을 말살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내용은 동일..단속은 강화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번 저작권법 개정으로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카페, 블로그 등에 음악파일을 올리는 행위가 불법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 개정 전에도 이런 행위는 불법행위였다. 이번 법개정으로 달라진 점은 그동안 저작권자(작사·작곡가)에게만 부여됐던 전송권을 저작인접권자(가수, 연주자, 음반제작자)도 갖게 된 것이다. 전송권이란 음악 등의 저작물을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하는 권리를 말한다. 예전에는 저작권자의 승인만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음악을 전송할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저작인접권자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작사·작곡가뿐 아니라 음반 제작에 참여한 가수의 매니저나 세션으로 참가한 기타리스트도 자신이 참여해 만든 음악을 허가 없이 올리는 네티즌을 고소할 수 있다. 그만큼 단속이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때맞춰 정부는 이러한 네티즌들의 불법행위를 강력히 단속까지 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무료 음악파일 공유에 익숙하던 네티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단속 수위는 문화부는 저작권단체들이 결집해 대대적 단속을 벌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저작권법을 위반한 사람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민사상으로는 저작권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형사적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문화부와 업계에 따르면 음악관련 단체뿐 아니라 영상, 게임, 출판까지 포함한 합동 단속반을 3월까지 구성하고,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단속 대상은 대량의 음악 파일, 동영상 또는 기타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웹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이 될 것이라고 문화부와 음악업계는 밝히고 있다. 벅스, 소리바다 등 아직 음반업계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음악사이트들이 1차 타겟이 될 전망이다. 개인의 미니홈피 등에 저작권자 허락없이 음악파일을 올리는 행위는 역시 불법이지만 초기 단속에서는 빠질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개인들의 홈피를 일일이 다 조사하기 힘든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련돼 있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털과의 협상이 관건 음원권리자들은 개인들의 미니홈피, 카페, 블로그에 대해서는 우선 포털사업자들과 협의점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3대 음원권리자 단체는 공동으로 14개 포털사업자들에게 '개인들의 카페와 블로그 등에 대한 좋은 방안을 찾자'며 공문을 보낸 상태다. 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개인들의 미니홈피 등에 대한 방안은 포털사업자들과의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포털사업자들과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경우 그때부터 개인들한테도 저작권침해에 대한 본격적 단속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벅스 사태에서 보듯 음원권리자들의 이해가 한곳으로 모아지기 힘든데다 협상상대인 포털사업자들의 입장도 아직 명확히 정해진게 없어 단기간에 개인들의 미니홈피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분간 개인들의 미니홈피 등은 이번 저작권 파동의 사각지대에 더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교육-홍보없이 단속·처벌만 강화" 비판론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 대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또 하나의 탁상행정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제외하고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이 제대로 인정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정부가 가장 강력한 저작권 잣대로 온라인에서의 음악전송을 규제한다"고 비판했다. 드라마의 경우, 케이블TV에서 재방되더라도 저작권료를 받지 않는데 유독 온라인 음악에만 메스를 가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곽 교수는 "인터넷에서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저작권이라는 용어를 듣기 전에 어깨너머로 인터넷을 배운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인터넷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가르쳐 주지도 않고 단속해서 처벌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정부가 단속에 치중하기보다는 유예기간을 더 주고, 저작권을 비롯한 인터넷 사용에 대한 계도를 위한 캠페인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기준..실효성 논란 이번 법개정이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부 저작권자들의 권리만 지나치게 보호한다고 주장도 적지 않다.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블로그나, 미니홈피 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적 인터넷 활동과 저작권 보호마저 구분을 못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음원권리자들은 당연히 보호돼야 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인터넷에서의 콘텐츠 이용은 공짜라는 인식은 이젠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계도기간에 대한 입장도 천양지차. 개정 저작권법을 반대하는 한 인터넷 전문가는 "정부가 버스 중앙차로제나 정지선 위반 단속처럼 충분한 계도기간을 가지지 않고 단속과 처벌 위주로 온라인상에서의 저작권법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금지법처럼 현실성을 도외시한 기준을 세우고 우격다짐으로 단속하려 하면 부작용이 커져 규제효과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음원단체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불법으로 음원을 사용하는 사업자들과의 소송 등을 통해 온라인상의 저작권문제가 많이 다뤄졌다"며 계도기간이 짧다는 주장에 대해 반발했다. 문화부 관계자도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음악파일 등을 올리는 행위는 이전에도 불법이었다"며 계도기간 이후에는 저작권단체들과 집중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측의 뚜렷한 시각차부터 좁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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