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북극권서도 가스자원 확보… 2017년 자주개발률 25%로"



중동 의존도 50%미만으로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 주력
민간업체와 자원개발 공조… 시너지효과 극대화 나설것
불안한 중동 정세·해적 대비… 자체 '자원 보안팀' 구성도
중동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부여잡게 한다. 그들이 지닌 에너지에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석유와 가스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들여오고 그들의 혼란은 세계경제까지 출렁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지독한 독감을 앓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중동의 혼란에 민감하다. 오죽하면 석유나 가스의 자주개발이 곧 국력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고조되는 중동의 정세불안에 누구보다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40년 넘게 자원개발의 한 길을 걸어온 주강수(사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다. 힘들게 손에 넣은 해외자원을 보다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수호자'로서의 막중한 부담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론을 의식한 듯 8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오랜 시간의 인터뷰 동안 주 사장은 차분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단호한 목소리로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보안' 스스로 지킬 터 "중동과 아프리카 등 에너지 자원이 많은 지역의 정세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주요 해상로에는 해적 등이 자주 출몰하면서 보안과 관련한 위험요인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의욕적으로 진출해 자원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는 자체 보안팀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외국에 있는 석유나 가스개발 현장의 시설ㆍ운송 경비를 현지 업체에 몽땅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앞으로 한국인이 주축이 돼 직접 운영하는 자체 보안팀을 만들 참이다. 주 사장은 "자원개발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자금과 기술ㆍ인력 등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스스로의 보안도 강조해야 하는 때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다행히 군∙경∙정보 관련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고급인력이 많은데 보안팀 구성을 위해 이미 유능한 사람을 확보해놓았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거나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인 용병을 포함해 현지인으로 구성된 보안팀을 꾸릴 방침입니다." 가스공사의 경우 최근 이라크에서 석유와 가스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이 사업에 공사의 보안팀이 처음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초 이라크의 주바이르 유전을 확보해 올해 상반기 안에 실제 원유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낙찰에 성공한 아카스가스전 역시 조만간 이라크 정부와 본 서명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라크에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상업성만큼이나 보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중동 의존도 줄인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전체 수입물량의 65%를 중동 지역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 등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지역 다변화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것도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중동 물량을 줄일 수는 없지만 중동 의존도를 1차적으로 50%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다만 앞으로 갈수록 가스의 국내 사용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중동에서 수입하는 절대량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스공사는 이처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동토의 땅'으로 불리는 북극권까지 진출했다. 지난 1월 북위 69도에 위치한 이누빅시의 우미악광구의 지분 20%를 전격 인수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새해 벽두부터 직접 북극 출장길에 나서기도 했던 주 사장은 "북극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관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올해 안에 현지 원주민이 보유한 광구에 대한 추가 조사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북극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전세계의 자원 중 가스와 석유가 각각 30%, 15%가량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대 석유회사와 북극권 국가, 그리고 선진국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미래의 자원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북극은 부존자원에 비해 아직 미개발 지역이 많아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습니다. 러시아의 극지 배관사업 진출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만해요." 자주개발률 높이겠다 가스공사가 머나먼 북극까지 개발에 나선 까닭은 결국 자주개발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2.5%에 그친 가스 자주개발률을 오는 2017년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특히 전통적인 가스보다 앞으로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해 석탄가스ㆍ셸(Shell) 가스 등 비전통 가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비전통 가스는 호주와 인도네시아ㆍ중앙아시아ㆍ북극 등을 중심으로 매장량이 전통가스보다 3~5배나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 전통가스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다소 뒤져 있지만 비전통 가스는 개발이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탓에 우리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동등하거나 일부 앞서 있어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민간회사와 공사 간의 적극적인 공조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조인트벤처라는 게 요즘은 금융에서 많이 쓰이지만 실제로는 광산개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온 개념"이라며 "자원개발이 기본적으로 '모험'을 담보로 하는 만큼 공기업과 민간이 위험부담만 적절히 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사장은 우리나라가 자원개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원개발 인력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개발 전문인력은 장기간 교육이 필요하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인력과 질적 부분에서 동일하다고 봅니다. 한 회사가 충분히 자원개발을 하려면 전문인력이 600명 정도 필요한데 우리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최대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자원개발 인력이 6,5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석유공사 350명, 가스공사는 35명에 불과하다는 게 주 사장의 설명이다. 가스산업 경쟁 체제 원칙 동의하지만 그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스산업의 경쟁체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필요성을 공감했다. 천연가스 도입가격 및 국내 공급가격을 낮춰 소비자 복지를 높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체제 도입에 앞서 누적된 공사의 미수금 해소 등 선행돼야 할 점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국내 대형 정유사들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석유보다 가스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가스사업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길게 보면 경쟁체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 사장은 그러나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공정한 경쟁'이라고 못박았다. "가스공사의 경우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등으로 외국에서 들여온 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면서 미수금이 4조5,000억원이나 쌓여 있는데 이에 대한 해소가 필요합니다. 시골 지역 등 공공 부문에 대한 역할이나 가스 수급 책임 등도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공평하게 지우는 게 옳습니다." 소비자 가스 가격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가격에 연동해 결정하는 원료비연동제와 관련해 그는 "사오는 것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으면 좋지만 문제는 얼마나 지속 가능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연동제를 다시 시작했으나 최근 물가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적극적인 공공요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다시 발이 묶인 상황이다. 주 사장은 "나중에 국민과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연착륙하는 게 필요한 만큼 연동제로 복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원'만 보고 달린 46년 외길 인생
■주강수 사장은 '자원개발은 미쳐야 가능하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 말 가슴에 새겨
사장 취임후 열흘에 이틀은 해외출장… "좋아하는 일 맘껏 할수 있어 즐겁다"
주강수 사장의 삶은 '자원'이라는 두 글자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의 삶의 궤적 자체가 독특하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것부터 치자면 46년을 자원과 함께해왔다. 거의 반세기 동안 한 우물만 파온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자원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학 전공도 지질학을 선택했고요. 한평생 자원과 더불어 살려는 운명이었나 봅니다." 그가 서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잡은 곳은 경북 봉화의 중석광산. 지난 1968년의 일이다. 하지만 자원개발이라는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에게 우리나라의 광산은 너무 좁고 빈약했다. 그는 얼마 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과 높은 기술을 확보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의 댈하우지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지질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곧바로 현지 캠벌광산에 취직해 지질기사를 거쳐 소장으로 6년을 근무했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그는 197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가스사업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대종합상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자원개발은 미쳐야 가능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기도 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도 자원과 함께했는데 일반인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것 같다"며 "오래 전에도 철이나 청동기 등 자원을 지닌 국가가 지배권을 가졌듯 현대사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종합상사 부사장과 대한광업진흥공사(현 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사업팀 고문 그리고 STX에너지 상임고문 등으로도 활동했다. 2008년 10월부터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해 자원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자원을 찾아 돌아다닌 나라만도 30개국이 넘는다. 출장으로 외국에 머문 날 역시 200여일에 가깝다. 열흘에 이틀꼴로 해외 출장길에 나선 셈이다. 특히 자원개발이라는 특성상 아프리카나 오지 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내려 소형 비행기로 갈아타고 또 차로 비포장 도로를 몇 시간씩이나 달려야 하는 지역도 허다하다. 그래도 그는 "좋아하는 자원개발을 맘껏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약력 ▦1945년 서울 ▦1963년 서울고 졸업 ▦1968년 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1972년 캐나다 캠벌광산 소장 ▦1978년 현대중공업 입사 ▦1979~1992년 현대종합상사 전무 ▦1987년 석탑산업훈장 ▦1993~1994년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1999~2006년 캐나다 맥나이트어소시에이트 파트너 ▦2007년 대한광업진흥공사 암바토비사업팀 고문 ▦2008년 한국가스공사 사장
매장량 확보 초과 달성…경영자율권 확대 성과 쏠쏠
포춘지 선정 '존경받는 기업' 에너지부문 글로벌 4위에 올라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정부가 시범적으로 경영자율권을 확대한 4개 공기업 중 한 곳이다. 기관장에게 인력과 조직ㆍ예산운용 등에 대한 자율권을 주고 성과와 연계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가스공사의 경우 에너지 회사로서 탐사와 생산 등 상류(업스트림) 활동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지 활동을 위한 효율적인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 사장은 "자원확보가 항상 가능한 게 아닌 만큼 유리한 시점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불리한 시점에서는 보수적으로 하는 탄력적 사업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는 2014년 또는 2015년까지는 유리한 시점으로 판단돼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로서는 첫해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국내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개발사업인 이라크 자원개발 계약을 수주했으며 캐나다 엔카나사와 석탄가스 등 '비전통 가스' 자원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또 러시아와 북극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한편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ㆍ남미대륙에서도 가스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냈다. 내부적으로는 노사 간 합의 아래 기능 및 인력 조정을 완료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간부직 성과연봉제까지 도입했다. 이처럼 가스공사가 지난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경영자율권 확대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스공사가 경영자율권 확대 조건으로 제시했던 고유과제 추진실적을 보면 유∙가스전 확보 매장량 증대 측면에서는 당초 1,600만톤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3,420만톤을 달성해 214%의 성과를 올렸다. 천연가스 도입단가 측면에서도 당초 7.5달러를 목표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6.8달러로 낮춰 초과 달성했다. 미공급 지역에 대한 배관망도 254㎞나 구축해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해외사업 수익증대 측면에서는 당초 목표치보다 절반 정도에 그쳐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제의 평균점수가 92점(100점 만점)을 기록해 경영자율화 첫해 실적으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에서는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주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7일 포춘지(誌)가 1,4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에너지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2단계 뛰어오른 4위를 기록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포스코에 이어 두 번째, 공기업으로는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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