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득 불균형 더욱 악화

소득 불균형 더욱 악화[흔들리는 한국경제] (5) 허리 휘는 중산층 흔들리는 한국경제1. 커지는 불안감 2. 힘빠진 성장엔진 3. 금융시스템 마비 4. 취약한 경제구조 5. 허리 휘는 중산층 외환위기가 남긴 가장 심각한 상처 가운데 하나는 중산층의 붕괴였다. 대량실업사태에다 중소기업의 부도로 경제사회의 허리격인 중산층이 크게 약해졌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기조로 내세운 국민의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중산층 육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봉급생활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근로소득세 감면 등을 골자로 한 복지대책을 내놓았다. 즉 정부의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복지정책이 아닌 일자리를 만들고 소규모의 생계형 창업을 지원하는 등 중산층·서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중점시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성공적으로 극복되고 생산적 복지대책이 강조된 지 상당기간이 흘렀지만 중산층붕괴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산층, 그중에서도 근로소득자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부실 해소를 위해 투입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성실히 일하는 중산층의 부담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불안, 불투명한 구조조정 전망 등이 엇갈리면서 국민의 정부가 「생산적 복지」의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산층·서민들은 『누구를 위한 위기극복이었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특히 「유리알 지갑」으로 비유되는 「월급쟁이」들이 봉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얼마나 균등한지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2분기 0.311에서 올해 2분기에는 0.317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잘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1년 사이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여기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과 비교한 소득배율도 5.28배로 지난해 2분기(5.24)보다 높아져 상위계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도 월평균 233만원으로 집계됐으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93만9,000원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96년의 194만 7,000원에 못 미쳤다. 결국 생산·소비 등 거시지표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다수 도시 근로자 가구는 아직도 4년 전의 소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득분배는 경제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다. 경제 전체의 이익(파이)을 키우더라도 결국 불균형한 소득분배구조 아래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소득불균형은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분배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중산층·서민의 입장에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선 물가불안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6~8월까지 3개월 동안 소비자물가는 각각 0.5, 0.3, 0.8%(전월 대비) 올랐다. 고유가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3개월 사이 1.6% 가량의 인플레율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사태에 따른 의료비 상승, 의료보험 통합에 따른 의료보험료 급등은 중산층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봉급생활자의 타격이 크다. 정책실패와 집단이기주의의 비용을 고스란히 봉급생활자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의 침체을 비롯한 경제불안도 중산층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이다. 경제사회가 불안하면 장기비전을 가지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산층 경제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로서 중산층이 취약하면 건전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실히 일하는 「말없는 다수(SILENT MAJORITY)」가 흔들리면 한국경제도 흔들린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9/21 18:3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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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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