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효율 고리 끊자/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특별기고)

◎경영혁신·설계능력 향상 등 경쟁력 강화를○「경제살리기」 실효 정부가 허둥대며 각종 경제살리기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런 처방들로 경제가 과연 회복될까. 설사 일시적으로 좋아진다 해도 그것은 찻잔속의 변화일 뿐이다. 지금의 경제는 경제지표를 조사해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책은 경쟁력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고용안정 정책을 보자. 예를 들자면 고용안정정책은 인력의 유휴나 잉여를 불문한 채 1백20명 계속고용을 주장한다. 선진국은 50명으로 줄이고 있다. 고용안정정책은 기업의 경영혁신을 유도하지 못한다. 그 결과 가격경쟁, 품질경쟁, 시간경쟁 모두 낙오하게 된다.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망한다. 망한 기업에 무슨 고용안정이 있는가. 영국의 대처수상은 위기에서 강했다. 실업이 늘어날 때 그녀는 오히려 대량실업을 가속화했다. 기업에 경영혁신을 독려했고 공무원을 반으로 줄였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세가지 조치는 대량실업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영국은 국제경쟁력을 회복했다. 외국자본을 과감히 유입해 대량실업을 소화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이 고용을 스스로 창출해냈다. 고용안정과 경쟁력은 두마리의 토끼다. 경쟁력을 먼저 잡으면 고용안정도 잡을 수 있지만 고용안정을 먼저 잡으려면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친다. ○몇억 아끼다 4조날려 한국 경제의 엔진은 기능공이지만 경쟁국 경제의 엔진은 설계인력이다. 설계인력이 많다는 것은 세가지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제품을 남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껏 외국설계에 의존했다. 3공 시절엔 정부가 외국기술을 들여다 업체에 주었다. 업체는 외국 기술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과학기술자들을 유치해 업체를 지도케 했다. 업체들은 「기술과 설계는 거저 얻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기술과 설계에 돈을 쳐주지 않는 풍토에서는 두뇌들이 설계분야에 투신할 수 없다. 3공때에는 기술을 배워야 산다는 정서가 확산됐다. 지금은 설계가 사는 길이라는 정서를 확산시켜야 할 때다. ○고용창출효과도 미미 스웨덴과 싱가포르 등 선진국 지하철역에는 역무원이 두명이지만 우리 지하철역에는 역무원이 22명이다. 선진국의 환승역은 지하1∼2층으로 지하공간이 매우 좁아 에어컨까지 가동한다. 우리의 환승역은 어떤가. 그 넓은 지하공간에 유입된 나쁜 공기를 무슨 수로 정화하는가. 평당 건설비만도 얼마인가. 15∼20분이 소요되는 환승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정력은 또 얼마인가. 기분상한 사람들에게서 무슨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고속전철 사업은 더하다. 불과 수십억원의 설계비를 아낀 결과 눈에 보이게 증발한 비용만 해도 4조원이 넘는다. 설계에 돈을 쳐주지 않는 경제는 불필요한 일자리만 만들어낼 것이다. 유흥업소와 골프장에 있는 일자리도 선진국에는 없다. 자동차 면허과정과 등록업소에 있는 일자리도 선진국에는 없다. 같은 땅을 다섯차례씩이나 파고 묻는 일자리도 선진국에는 없다. 토지공사는 땅을 사서 볼품없이 파헤쳐 부지만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지하터널을 만들고 오폐수처리 시스템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상하수도관, 통신선, 가스관 등의 지하시설 업체들이 돈을 내고 그 터널을 사용할 수 있다. 환경정화시스템에 들어간 돈도 입주자들이 부담할 것이다. 재계는 금리인하방안으로 통화증발을 요구하고 있다. 재경원은 기업에 경영혁신부터 주도하라고 맞서고 있다. 통화가 증발되면 물가가 앙등한다는 것이다. 옳기는 하지만 재경원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예산 효율성 높여야 첫째, 긴축재정이다. 국내 가용자금은 제한돼 있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어다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면 사기업에 돌아갈 돈이 없다.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효율이 떨어진다. 미국의 세출예산은 GNP의 18%다. 그 돈을 가지고 미국정부는 훌륭한 인프라시설, 살기좋은 사회시스템, 보호된 환경, 실험성 있는 교육, 복지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젊었을 때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은 늙어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준조세까지 합쳐 GNP의 26%나 걷어가면서도 이렇다할 혜택이 없다. 세금을 적게 걷고 세출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공무원도 소수정예화 해야 한다. 인허가 행정도 경영행정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금리가 자연히 내린다. 둘째, 우리도 선진국처럼 은행으로 하여금 땅을 담보로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땅값이 영국만큼 내려가면 은행에 돈이 남아돌아 금리가 내려갈 것이다. 그러면 자금이 땅 소유자들에게로 흐르지 않고 기업으로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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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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