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따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홍콩에서 장강실업의 빅터 리 신임회장(34)을 평가하는 표현이다.
빅터는 리카싱 전 장강실업 회장의 장남으로 리카싱 회장이 지난해 초 일선에서 물러난 후 경영자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았으며 99년 1월1일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빅터 회장을 바라보는 홍콩인들의 눈길을 차갑다. 특히 주식 투자자들의 반응은 매정하기까지 하다.
투자자들은 그 근거로 빅터가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장강실업 부회장직에 있으면서 저지른 실책을 지목하고 있다. 빅터는 부동산 재벌황제라는 아버지의 명성에 미치기 위해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빅터는 우선 홍콩 북부에 264채짜리 아파트 건설에 나서면서 땅을 시가보다 20% 싸게 사들였다. 당시에는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홍콩 부동산 가격이 그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되레 혹평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고울룬 지역에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61억 홍콩달러를 투입했으나 부동산 시가가 30억 홍콩달러로 급락하자 역시 아버지를 따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리카싱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허치슨 왐포아사의 사이먼 머레이 전(前) 이사는 『빅터가 리카싱 회장의 지도와 장강실업 경영이라는 현장실습을 잘 해내야 리카싱의 뒤를 이을 재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으로 상당기간은 리카싱의 수렴청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