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날개'를 천사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동계올림픽 4연패를 이끌었다.
변천사(19.한국체대 입학예정)는 23일(한국시간) 오전 이탈리아 토리노시내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펼쳐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3,000ｍ 계주에 4번 주자로나서 두 차례나 선두를 따내는 무서운 질주를 펼쳐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1등공신'이 됐다.
이로써 지난 19일 여자 쇼트트랙 1,500ｍ에서 3위를 기록하고도 애매한 판정 때문에 실격처리되면서 놓친 동메달의 아쉬움을 금메달로 보상받았다.
레이스는 첫 바퀴부터 숨막힐 만큼 박빙의 연속이었다.
1번 주자 전다혜(23.한국체대)가 스타트 이후 첫 코너에서 캐나다 선수에게 밀리면서 넘어졌지만 다행히 '아펙스 구간'이라서 재출발하는 행운을 얻었다.
쇼트트랙에서는 스타트 이후 첫 코너링의 반 바퀴까지를 아펙스 구간으로 설정해 여기서 반칙에 의해 선수들이 넘어졌을 경우 재출발을 하게 된다.
첫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다혜가 선두로 나선 중국의 푸티안유에 밀려 2위로 레이스를 펼치면서 호시탐탐 선두탈환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20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진선유(18.광문고)가 캐나다에 밀려 3위로 떨어지면서 또 한번 위기상황을 초래했다.
한국의 두 번째 위기에서 '천사'는 바로 변천사. 변천사는 16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뛰어난 주력을 앞세워 선두를 잡은 뒤 전다혜에게 다음 레이스을 넘겨줬다.
이후 한국의 손쉬운 우승이 예상되는 듯 순탄한 1위 레이스가 펼쳐졌지만 위기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결승선을 7바퀴 남긴 상황에서 진선유가 코너를 돌 때 캐나다 선수와 살짝 신체접촉이 일어나면서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중국이 1위로 나서고 한국이 그 뒤를 쫓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한번 변천사에게 선두탈환의 막중한 임무가 돌아왔다.
4바퀴가 남았음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온 뒤 최은경(22.한국체대)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변천사는 또 다시 눈부신 질주를 앞세워 중국을 앞지르고 한국을 1위에 복귀시켰다.
순간 장내는 한국의 역전 레이스에 함성이 터져나왔고, 변천사는 마지막 주자인진선유의 엉덩이를 힘차게 밀면서 자신의 소임을 마쳤다.
진선유 역시 특유의 호쾌한 스케이팅으로 중국의 마지막 스퍼트를 제압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4연패의 신화를 완성했다.
변천사는 "어차피 결승전이기 때문에 빙판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좋다는 각오로 달렸다"며 "동메달을 놓친 이후 부모님과 주변에서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미안했는 데 보답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