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삼성 사장단 회의 직후 전해진 박근희(사진) 삼성생명 사장의 발언은 금융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발언의 요지는 금융당국 지침보다 공정거래법을 우선시하겠다는 것. 이를 뜯어보면 금융당국의 지침이 생명보험사 담합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불만을 내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휘를 받고 있는 금융회사 수장이 반기를 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삼성생명이 밝힌 박 사장의 발언은 다소 차이가 있다. 박 사장의 정확한 발언 내용은 "금융사의 경우 행정지도가 있더라도 경쟁사 간의 별도 협의가 있다면 담합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사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경쟁사 간 협의는 담합으로 몰릴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라고 풀이된다. 박 사장은 삼성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맏형이자 생명보험 담합 조사를 겪은 입장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업계 담당자 간 협의와 정보 공유가 담합의 빌미로 작용할 있다는 사실을 계열사 사장들에게 팁으로 제공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이날 박 사장의 발언이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식으로 비쳐진 것은 당초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해프닝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의 발언이) 행정지도와 담합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