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세대 이통 규격 주도권 다툼 본격화 조짐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을 둘러싼 세계 통신업계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주요 통신 장비ㆍ단말기 제조업체들간, 국가별로는 유럽ㆍ한국과 일본간 표준 선점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통신업계에서 기술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이통사, 장비업체, 단말기제조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일상적인 일이며 기술표준 확정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일본 NTT도코모와 영국 보다폰, 중국 차이나 모바일, 미국 싱귤러 와이어리스 등 세계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와 통신기기업체 등 모두 26개사가 '슈퍼 3세대' 휴대전화 규격통일을 추진키로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메이저' 단말기 업체중에는 노키아, 삼성전자[005930], 모토로라, LG전자[066570], 소니에릭슨 등이 모두 빠진 채 독일 지멘스만 유일하게 참여했고 여기에 일본 NEC와 프랑스의 알카텔이 가세한 정도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세계 주요 이통사업자들이 그동안 3세대까지 기술표준 선정에서 단말기와 장비업체들에 내줬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일 "서비스 업체는 기존 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입장이고 제조업체는 완전히 새로운 망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근본적입장 차이가 있다"며 "그동안 서비스 업체들과 제조업체들간에 기술 표준을 놓고 이같은 주도권 싸움을 많이 벌여왔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이통사업자들이 합의를 주도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규격통일 과정에서 메이저 단말기업체들의 주도적인 참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퍼 3세대'의 개념도 모호해 한국이 기술표준 주도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4세대'와 중첩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200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슈퍼 3세대'가 기존의 3세대보다 10배 이상 빠른 초당 30-100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2010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4세대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100메가비트로 규정돼 있고 3세대에 비해 4-5배 가량 속도가 빠른 3.5세대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도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 관계자는 "슈퍼 3세대 통신방식의 망 구조는 휴대인터넷과 비슷하다"며 "향후 진척 상황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참여할 만큼 큰 매력이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KTF[032390] 관계자도 "기술 표준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동의하고 "국내 3세대 이통통신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얼마나 기술적 변별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사들과 단말기업체들은 그동안 독자 표준을 고집해 실패했던 일본 이통사업자들이 4세대 표준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 유럽 등을 겨냥해 세력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삼성전자가 매년 `4G(세대) 포럼'을 개최하는 등 4세대 기술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중이고 유럽에서는 노키아, 에릭슨, 지멘스 주도의 WWRF(Wireless World Research Forum)가 4세대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6년 3.5세대 휴대인터넷, 2010년 4세대 서비스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할 때 별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고 팬택 계열 관계자도 "장비ㆍ단말기업체에 비해 이통사의 영향력이 유난히 큰 일본이 NTT 도코모의 주도로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LG전자 이동통신기술연구소 관계자는 "NTT 도코모가 지난해초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이런 움직임을 잘 알려와 여러차례 논의한 적이 있고 국내회사들도 거대 이통사업자인 NTT 도코모의 위상 등을 감안한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4세대에서 조차 세계 단일 규격이 나오지 않을 가능이 다분한 상황에서 3.9G, B3G(Beyond 3G)로도 불리는 '슈퍼 3G'의 규격 통일이 쉽지 않은데다 사업자간의 이해도 일치하지 않아 향후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일 것같지는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슈퍼 3세대' 이통규격 통일 추진 합의에 세계 주요 서비스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배제된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세계 이통업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기술표준 제정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국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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