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6일] '신상녀'와'된장녀'

요즘 ‘신상녀’ 열풍이 뜨겁다. 신상녀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새로 나온 명품을 재빠르게 구입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서인영과 최근 개봉한 미국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신상녀 열풍을 주도한 일등공신이다. 신상녀는 과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와 명품을 적극 소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신상녀와 된장녀가 내포하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된장녀가 명품 전체를 선호한다면 신상녀는 새로 나온 명품을 빠르게 소비한다. 특히 된장녀의 경우 분수에 맞지 않게 과시적인 욕구로 명품을 구입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신상녀는 빠른 정보획득으로 새 명품을 구입하지만 된장녀보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명품 소비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신상녀 열풍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산층으로 고객을 확대해가며 신제품 출시 사이클을 점점 단축하는 명품업계의 이익과 맞닿아 있다. 백화점 업계도 신상녀 열풍이 반가울 뿐이다. 지난 5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는데 이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명품 판매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신상녀 열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을 속으로 동경하면서도 겉으로는 비난하는 일들이 흔했지만 최근 신상녀 열풍이 반영하듯 명품 소비는 더 이상 숨기거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고유가와 고물가로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지만 명품 소비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시장의 초점도 온통 명품에만 맞춰져 있다. 된장녀처럼 명품 소비를 무조건 배격하는 분위기도 문제지만 신상녀 같이 명품 소비를 실제보다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신상녀 열풍은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명품 소비에 집착하는 젊은 소비자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업계가 만들어낸 합작품일 뿐인데 그 와중에 국내 브랜드의 설 자리는 과연 남아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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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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