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2월 2일] 중앙은행의 역할

금융의 미래는 무엇일까. 성급하게 결론 내리면 중요한 함의를 갖는 두 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대형 은행의 출현, 즉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지향하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결과 은행 자본금과 대출에 대한 과도한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이 경영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은행을 컨트롤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니 총재는 이 같은 추세 변화는 금융위기를 경제위기로 확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ㆍ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의한 유동성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대형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그늘에 가려 있다 해서 소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 불리는 이 시장의 붕괴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은 전체 금융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영국에서 모기지 파이낸싱이 크게 줄어든 것도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서 연유한다. 카니 총재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사 상태의 금융시장을 되살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광범위한 시장 참여자의 계약 상대방이 됨으로써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보루 역할을 맡는 것이 나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카니 총재의 이런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지만 분명히 되짚어봐야 할 측면이 있다. 만약 MMF 등 그림자 금융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들의 역할을 대신할 은행권에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은행권으로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결될 것이다. 반면 카니 총재의 제안대로 중앙은행이 개입한다면 비은행 금융기관에 의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지겠지만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위기극복뿐 아니라 미래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를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다. 카니 총재의 제안은 적절했고 이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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