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 사용량을 20% 가량 줄여줄테니 절감액의 절반을 달라.’ 산업ㆍ발전용 연료로 널리 쓰이는 벙커C유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의 독특한 마케팅이 연료비 절감에 비상이 걸린 대형 제조ㆍ발전업체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키이엔지니어링은 ‘첨가제를 탄 물(30%) 입자를 잘게 쪼개 벙커C유(70%)와 잘 섞이게 하는 설비를 설치해주고, 첨가제를 공급해줄테니 벙커C유 절감액의 50%씩을 나눠 갖자’고 제안해 지난해 말 이후 대상ㆍ한솔제지, 멕시코 카파치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벙커C유 사용량이 종전보다 5% 줄면 절감액 모두가 계약업체의 몫이 돼 키이엔지니어링은 설비투자비ㆍ첨가제 비용만 날리게 된다. 하지만 5~10% 줄면 5% 초과 절감액 전부를, 10% 넘게 줄면 절감액의 절반을 매출로 올릴 수 있다. 키이는 벙커C유 사용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으므로 절감액의 10% 가량을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1차로 오는 3월 초쯤 천안공장 유류저장조에 키이엔지니어링의 설비가 설치되면 물 혼합비율을 높여가며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키이가 시험생산한 에멀전연료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좋아 벙커C유 사용량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김완석(43ㆍ사진) 키이엔지니어링 대표는 “연간 1억1,000만ℓ의 벙커C유를 사용하는 한솔제지 천안ㆍ장항공장이 특허 믹싱ㆍ교반설비와 첨가제로 ‘에멀전 연료’를 만들어 사용하면 연간 85억원 이상의 벙커C유를 절감, 키이도 42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제조업체는 물론 열병합ㆍ화력발전소 등으로 사용처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올해 목표는 에멀전연료 부문에서 연간 550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며 “국내 굴지의 종합무역상사에서 해외판권을 제의하는 등 해외사업 전망도 밝다”고 소개했다. 키이가 연간 550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리려면 7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올해 국내 벙커C유 소비량의 7.2%를 사용하는 대형 고객들을 확보, 1,100억원어치의 벙커C유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축열식 소각로가 주된 사업이던 키이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벙커C유 70%에 물 30%를 섞어 고효율ㆍ저공해 에멀전연료로 만들 수 있는 첨가제와 믹싱ㆍ교반설비를 개발한 굿에너피아로부터 국내특허 전용실시권 등을 98억원에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