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사진ㆍ73) 볼리비아 대통령이 정부의 경제 실정에 항의하는 민중 시위에 굴복해 지난 17일 전격 사임했다. 로사다 대통령의 사임은 농민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볼리비아 민중 시위가 한달여간 계속되면서 정부가 계엄을 선포한 지 6일만에 나왔다.
이번 민중 시위는 극심한 빈부격차, 원주민의 생계수단인 코카잎 재배 억제정책 등으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로사다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미국과 멕시코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민중들이 연간 15억달러로 추정되는 천연가스 수출로 인한 수익의 대부분이 외국 기업과 정부 관계자 일부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며 폭발한 것.
로사다 대통령의 사임에 따라 헌법에 의거 카를로스 메사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그는 TV 기자 출신으로 지난해 초 로사다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를 수락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그러나 86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민중 시위 때 로사다 대통령의 무력 진압에 반대하며 `거리두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메사 부통령은 “대통령의 잔여 임기 기간인 2007년까지 연연하지 않고 천연가스 수출과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한 뒤 곧바로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지 아래 자유시장정책을 펼친 로사다 대통령의 사임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개혁 아젠다와 관련, 중남미 국가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재검토 해야 될 때라고 지적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