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타깃… 삼성엔 타격 미미할듯미국 정부가 우리 반도체 산업을 겨냥, 시위를 당겼다. EU(유럽연합)에 이은 미 정부의 한국산 D램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는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한국 업체에 대한 통상 압력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D램 시장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마침내 국가간 통상 다툼으로 비화한 것이다.
▶ 샅바싸움 6개월 이상 지속
미 정부의 상계 관세 최종 판정이 나는 시기는 2003년 5월25일. 미 ITC(국제무역위원회)의 산업피해 예비판정(12월16일)→상무부 보조금 예비판정(2003년 1월25일)→관세예치명령(보조금비율에 해당하는 관세)→상무부 최종 판정(4월10일)→ITC 최종판정(5월25일)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보조금의 성격을 둘러싼 치열한 논리싸움이 6개월 이상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EU의 경우 인피니온의 제소가 지난 6월 이뤄졌지만 최종판정은 내년 8월께나 나온다. 미국 정부의 판정이 고스란히 적용될 듯 하다.
▶ 논리는 유리, 판정은 낙관못해
논리적으론 한국측에 승산이 있다.
WTO(세계무역기구)협정상 상계관세 부과를 위해선 ▲ 정부의 재정적 지원 ▲ 해당기업의 수혜여부 ▲ 지원대상에 대한 명백한 범위설정(특정산업 및 특정기업)등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하이닉스 등에 대한 지원이 민간 차원의 지원이었고, 특정성도 없기 때문에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이 힘의 논리를 통한 무차별적인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마이크론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이 경우 한국은 WTO에 제소할 방침이지만, 최종판정까지 2년가량 소요된다. 이미 때는 늦다. 6개월여의 양자협의로 다툼은 사실상 결론이 나는 셈이다.
▶ 발등에 불 떨어진 하이닉스
미 정부는 조사 대상에서 R&D(연구개발)와 구조조정특별세액공제를 제외시켰다. 모두 삼성전자와 관련된 부분들이다. 삼성과 마이크론은 DDR(더블데이터레이트) 기술격차로 점유율이 10% 이상 벌어져 있다.
결국 만만한 하이닉스가 통상 압력의 타깃이 된 것이다.
하이닉스는 겉으론 자신있다는 태도다. 마이크론이 7분기 연속 적자를 본 것은 시장원리(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란 논리다. 오히려 마이크론이 이탈리아와 싱가포르의 자사 시설확장에 보조금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 처지가 못된다. 당장 내주중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올들어 1조원의 적자를 낸 마당에 조기 채무재조정은 필수다.
이번 조사가 채권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이닉스로선 D램값 약세전환에 이어 설상가상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권구찬기자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