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엄청난 자원욕심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앙골라 정부가 다국적 석유 기업인 셀이 인도한 18광구를 국제입찰에 부쳤다. 이 입찰에서 인도 국영석유회사는 6억2,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의 시노펙(Sinopec)은 무려 3배를 넘는 20억 달러를 제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돈을 앞세워 아프리카 자원을 모두 독차지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중국의 무서운 질주를 경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도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을 싹쓸이 하는 것을 놓고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 까지 했다. 중국만이 아프리카를 노리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비롯, 현재 전 세계는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석유 메이저들은 영역을 더 넓히고 있으며 호주,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 미국 등도 앞다퉈 아프리카를 향해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 제2의 중동으로 부상 =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그간 관심이 덜 했던 심해유전이 급부상하고 있다. 심해유전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은 일반 육상 보다 3~4배가 많아 저유가 시대에서는 주목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석유 매장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들이 자원통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중동지역의 자원개발 기회가 점차 감소하면서 세계 자원기업 입장에서는 먹이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0년대 초만 해도 아프리카의 경우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석유 개발을 하지 않았다. 기반시설 부족과 전쟁 등 정치적 불안정 때문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서 아프리카 심해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심해 유전의 경우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는 내전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개척지가 많다는 점도 전 세계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이다. ◇전 세계 석유 10% 아프리카에 = 아프리카의 석유 매장량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까지 파악된 자료에 의하면 1,120억 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9.4%에 해당한다. 국가별로는 리비아가 39억 배럴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나이지리아가 35억 배럴로 2위를 잇고 있다. 알제리(11억 배럴), 앙골라(8억), 가봉(2억), 수단(6억) 등도 석유 다 보유 국가다. 아프리카 가스 매장량은 14조600억 입방미터로 전 세계 매장량의 7.8%에 이른다. 가스의 경우 알제리,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석유만 놓고 봤을 때 2004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량은 전 세계의 1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코발트, 다이아몬드, 세슘 등 다른 자원도 아프리카에 널려 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상당수가 자원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 기업에 문호가 활짝 열어 놓은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자국 자원개발을 위해 외국 기업에게 적잖은 세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플랜트와 석유 탐사ㆍ개발권 맞바꾸자 =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이 아프리카 석유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우리 나라를 비롯 대만까지 자원외교를 통한 아시아 자원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행정부가 나서 아프리카 자원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한 석유 메이저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모빌사는 아프리카 투자 규모를 늘려 생산량을 현재 하루 73만 배럴에서 2010년에 1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은 또 석유개발 외에 천연가스 및 LNG 프로젝트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프리카 진출 다 국적 기업 및 국가들은 정제시설 건설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대신 자원개발 탐사ㆍ개발권을 얻는 플랜트와 자원을 연계한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아프리카 자원 외교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이 과연 전 세계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열도의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