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의 '12월 총파업' 움직임에 소극적이어서 연말 노동계 총파업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미온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된 후 민노총의 총파업에 매번 앞장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파업 참가자들의 구속 수감이었다는 학습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지부 해소와 관련한 조직 내부의 문제다. 민노총의 총파업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입을 통해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갈 길 바쁜 민주노총="민주노총이 급하기는 급하나 봅니다. 아직 우리는 조직 내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오늘 대회를 열고 있는데 위원장이 직접 와서 총파업을 독려하는 것을 보니." 23일 오후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충주호 리조트에서 만난 한 대의원은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의 총파업 발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금속노조가 매년 민노총 총파업에 앞장섰지만 돌아오는 게 뭐가 있었냐"면서 "현장의 조합원들도 이런 과거의 경험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오늘은 금속노조 현행 규약에는 없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기업지부를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와 예정보다 늦춰진 지역지부장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정하는 자리로 알고 왔다"면서 "느닷없이 총파업 이야기가 나와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민노총의 총파업보다는 금속노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다. 임 위원장도 이런 분위기를 인식한 듯 "(금속노조가) 지역지부장 선거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노총이 정부의 복수노조, 전임자 시행 방침에 맞서 총파업을 예고하며 갈 길 바쁜 모습을 보인 반면 금속노조는 조직 내부의 혼란을 먼저 추스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양상이다.
◇금속노조 조직 안정 우선방침으로 총파업 동력 약화=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기업지부를 2년간 유예하는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말까지 조직특위를 구성하고 내년 6월까지 조직진단과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0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각종 규약ㆍ규정의 개정은 물론 ▦조직운영 ▦교섭 ▦투쟁체계 ▦재정배분 등 조직의 전반적인 사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박유기 위원장은 "기업지부를 계속 둘지 지역지부로 전환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조직의 내부 혼란 정리와 조직안정을 우선에 두기로 한 만큼 과연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의 총파업에 금속노조가 어느 정도의 힘을 보탤지 미지수다.
최영기 노사관계학회장도 "금속노조의 경우 현재 조직 내부 안정이 우선으로 보인다"며 "민노총 사업장 내에 총파업에 참여할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