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도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큰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매수를 통해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하면서 현물을 대량 매도, 차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매수세를 통해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의 이날 매수세는 상당부분이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한 것일뿐 기관 자체의 힘은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2시20분 현재 외국인은 4월27일 이래 가장 큰 규모인 6천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수선물 시장에서는 8천300계약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시장베이시스가 호전되면서 프로그램 순매수규모가 5천600억원을 넘었다.
이 시간 현재 기관투자가들은 4월26일 3천200억원 순매수를 보인 이후 처음으로4천7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이는 주로 프로그램 매수에 의한 것이다. 연기금 역시 14거래일만에 '매수'로 전환했지만 이 역시 인덱스펀드의 차익거래용 매수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기관투자가와 연기금들은 대체로 프로그램 매매와 저가 매수를 위해 일부 자금을 투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장 전반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분석이다.
◇기관, 실탄 있나 = 다만 일부 차익실현 및 자금 유입 등으로 투신을 포함한기관투자가들과 연기금의 자금 여력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수 급락에도 불구하고 간접투자시장의 자금 유입세는 지속되고 있다. 주식펀드 수탁고는 이달 초 35조1천327억원에서 19일 현재 36조8천334억원으로 1조7천억원 증가했다.
유상호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장기 상승추세 및 1,300선에 대한신뢰가 강해 환매는 거의 없으며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지금은 가격 매력이 생긴 시점이라고 판단, 선별적인 매수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장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가격 메리트가 생겼다고 판단한 투자 주체들의 자금이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 급락 진정은 외인에 달려 =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관이 매수로 대응한다고하더라도 외국인 매도세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및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큰손인 기관이 주식 '매수'에 나선다고 해도 시장 분위기는쉽사리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지수 1,3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가파른 조정장세가 이어진다면펀드 환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작 지수 조정이 일단락되기 위해선 외국인 매도세가 우선 진정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관의 매수여력은 한계가 있다"며 "주가 하락 및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면 기관 매수세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지수가 조정을 받는 것은 실물자산하락 우려로 일부 헤지펀드들이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간 매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상호 부사장도 "최근 급락장세가 펼쳐지는 것은 외국인이 원자재 및 이머징마켓에서 비중을 일부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매도는 지속되고 있으나경기 자체는 아직 달라지지 않은 만큼 지수는 1,300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연기금은 조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전략으로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1,200선을 지수 저점으로 보고 있으며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매수 타이밍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장이 추가로 더 많이 빠지면 자금을 일부 집행할 것이나증시 약세가 본격화할 경우에는 더욱 보수적인 전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말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도 "4월부터 코스피지수 1,400선부터 조금씩 주식을 줄여놓고있다"며 "현재 1천억원 안팎의 자금을 대기해 놓고 있으나 주식 매수시점은 외국인의 매도와 일본 등 글로벌 증시 하락이 중단될 때까지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