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프트파워 코리아'를 향해]<5>창의적 인재가 소프트파워 강국 밑천

'하드 두뇌' 양산하는 평준화 틀 깨야

창의적인 근무 환경을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의 연구개발센터. 구글은‘개발자들의 천국’ 으로 회사의 모든 시설들이 직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운영된다.


'하드 두뇌' 양산하는 평준화 틀 깨야 ['소프트파워 코리아'를 향해]창의적 인재가 소프트파워 강국 밑천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창의적인 근무 환경을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의 연구개발센터. 구글은‘개발자들의 천국’ 으로 회사의 모든 시설들이 직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운영된다. 관련기사 • 소득따른 교육 양극화 사회 역동성 떨어뜨려 지난 2002년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電通)가 한국ㆍ일본ㆍ중국ㆍ미국ㆍ이탈리아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소프트파워지수’를 산출했다. 시장과 교육력, 지적능력, 라이프 스타일 등을 근간으로 한 지수 산출 결과 한국의 종합 순위는 15개국 가운데 13위로 태국과 인도를 간신히 앞지르는 수준이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소프트파워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로 그 원인을 설명했다. 한국인의 자질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제도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재정경제부 의뢰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인적자원개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주요 회원국 중 17위.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하위권이었다. 한류(韓流)나 디자인 산업 등 소프트 산업, 즉 문화는 결국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에서 나온다. 열악한 인적자원 관리와 경직된 교육 시스템, 남보다 튀기보다는 ‘평준화’의 틀 속에 묻어가는 풍토에서는 ‘소프트강국’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하드 두뇌’ 양산하는 평준화 교육=지난해 12월 OECD가 발표한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과학지식 수준은 2000년 선두에서 11위로 7년 새 10단계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술형 주관식 문제가 많았던 이 평가에서 단순 암기식에 익숙한 우리 학생들의 성적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평준화 교육’에서 궁극적인 원인을 찾는다.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누구나 따라올 수 있는 쉬운 공부만 일률적으로 가르친 것이 한국인의 두뇌를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것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인은 소프트 시대에 매우 적합한 국민 기질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창의성과 감성을 갖춘 고급 인재 대신 범용 인력만 양산해내는 체제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 목표와 방향을 고급 인재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범한 인재를 천재로 키우기보다 ‘평범한 다수’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마인드로는 소프트 강국이나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진 미래전략연구원장 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규격화된 인력 양산의 실마리를 단순 암기식 지식을 요구하는 대학입시제도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대입 학생 선발 과정에서 조기교육 등으로 이미 실현된 지식 능력만을 측정하기보다 앞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선발 기준을 갖춘다면 수능과 내신성적에만 의존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가 있어야 창의성이 높아진다=창립 10년 만에 세계 최대 검색 엔진으로 우뚝 솟은 미국의 구글은 ‘자유지대’다. 운동복이든 반바지든 복장은 당연히 자유. 출퇴근 시간도 마음대로이고 일주일 업무시간의 20%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 관심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즉, 5근무일 가운데 하루는 자신이 원하는 관심 분야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최대한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직원들의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을 높이면 그 열매는 결국 기업에 돌아온다는 구글의 인재관리 방식은 구글이라는 실리콘밸리의 후발주자가 일약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세계 이목의 집중을 받았다. 손 총장은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창의성와 열정을 갖고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능한 간섭을 줄이고 자율에 맡겨야만 소프트파워가 꽃 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율’은 극히 제한적인 범주에만 머무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는 민간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조직 창의성 발현의 비결’이라는 보고서에서 “1등 인재를 뽑아서 2등 인재로 활용하고 바보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라며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동기와 수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개인의 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딱딱한 조직문화에서는 충분한 역량 발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리더들이 좋은 ‘경청자’가 돼서 직원들의 창의성에 귀를 열어놓고, 창의적 시도가 실패했을 때 관용을 베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비공식 활동시간을 제공하는 등 선진기업들의 유연한 조직환경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 ◇평가와 보상이 인재개발의 핵심=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2005년 현재 82%로 미국(63.3%)이나 일본(49.1%)은 물론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뇌 고급화와 소프트파워에서의 열세에 대해 박진 미래전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교육이 지나치게 소비화돼 있다”고 진단한다. ‘일단 대학은 가야 된다’는 인식 때문에 너도나도 무조건 대학으로 몰리면 인적투자가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률적인 진로 선택은 사회적인 인센티브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지적이다. 학력이 아닌 실제 능력과 성과에 걸맞은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대학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 파문, 연예인 학력위조 역시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자기 분야에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는 연예인들마저 허위로 학력을 부풀리는 현상은 개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 시스템이 ‘소프트파워’만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도 인재 평가에 대한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CEO들의 약 84%는 ‘괴짜형 인재가 기업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괴짜 기질 인재를 선호한다는 대답은 전체의 64%에 그쳤다. 기업에 창의력을 불어넣는 ‘괴짜 인재’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들에 대한 공정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예다. 박 원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는 생산성이 높은 인간에 대한 평가가 보상 시스템과 연계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개개인에게 자기계발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조직의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사람에게 공정한 보상이 가도록 인센테브 체계를 갖추는 것이 소프트 강국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8/01/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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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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