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펴낼 출판사가 민음사로 확정되면서 업계에서는 다시 '출혈경쟁' 논란이 일고 있다. 3년 만의 장편소설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제)'는 지난달 일본 현지에서 발간되자 국내 어느 출판사가 판권을 가져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선인세 1억5,000만엔(약 16억6,000만원)을 제시하고도 탈락한 업체가 있는 만큼 민음사 측이 그 이상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선인세는 작가에게 향후 팔릴 책의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하루키의 전작 '1Q84'도 10억원을 넘겼다.
민음사 측은 "선인세 16억원은 낭설"이라며 "그간 출간해온 책 목록과 회사 규모, 레퍼런스, 특히 홍보ㆍ마케팅 계획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계약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물론 좋은 책이라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출판사의 책임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해야 했는가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해외 저작권료는 도를 넘어섰다. 2000년 들어 최고 10만 달러(1억1,300만원)를 넘긴 선인세는 지난 2007년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7억원 이상ㆍ살림)', 2009년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과 조앤 K 롤링의 성인소설 '캐주얼 베이컨시(각각 10억원 이상, 문학수첩)' 등으로 적지 않다. 특히 몇 년 전 민음사가 '스티브 잡스'를 펴냈을 때는 선인세가 최소 12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3억6,200만원) 이상은 지불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또 하나 간과해서 안 될 점은 과연 우리 출판업계가 국내 명망 있는 작가들을 적정 수준으로 대우하거나 신진 작가들을 발굴ㆍ육성하는 데 이만한 정성을 들이느냐 하는 대목이다. 해외 저작물에 대한 선인세는 평균 1만달러(1,100만원) 수준이지만 국내 저작물에 대한 대우는 그 절반에 그치고 있다. 16억원을 갖고 국내 작가 몇 명이 책을 낼 수 있는지 계산하면 업계를 선도하는 출판사들이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