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2분기 복합악재에 '어닝쇼크'

계열사별 독립경영 '첫발부터 삐걱'<br>올림픽 마케팅에 유례없이 1兆이상 투입 "이익 더 하락"<br>그나마 LCD·반도체 선전… 휴대폰·가전부문은 부진<br>"하반기 어렵지만 12兆넘는 공격적 투자로 물꼬틀것"


특검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자재 값 상승, 가격 인하를 무기로 한 일본의 추격, 여기에 올림픽 마케팅 비용까지…. 쏟아지는 대내외 ‘복합 악재’에 천하의 삼성전자도 어쩔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무기로 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외형적으로는 ‘선방’했지만 무더기 악재들 앞에서 이익이 곤두박질치면서 빛을 잃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에 따른 리더십 부재 속에서 계열사별 홀로 경영에 들어간 삼성이 첫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하반기에는 더 큰 고난이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12조원이 넘는 공격 투자를 통해 물꼬를 트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인정했듯이 가파른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 같다. 실적 발표와 함께 속절없이 떨어진 주가는 하반기에 대한 잿빛 전망을 그대로 반영한 듯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 선방, 이익은 뒷걸음질=매출만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해외 법인까지 연결한 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2%나 늘어나면서 29조1,000억원에 달했고 본사만으로도 18조원을 넘었다. 고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속(이익)은 알차지 못했다. 영업이익(본사 기준)은 1조8,9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600억원(-12%)이나 줄었다. 적어도 2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던 시장의 기대보다 10% 이상 밑돌았다. 이에 따라 1ㆍ4분기에 1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10%로 내려앉았다. 대내외 환경을 보면 이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수요가 가라앉았고 원자재 값까지 올라가면서 파는 만큼 이익이 받쳐주지 못했다. 일본까지 골치를 썩였다.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일본 기업들이 TV 쪽에서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워낙 강하게 공격해와 마진에 압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익을 더욱 떨어뜨린 것은 ‘베이징올림픽’이었다. 마케팅 비용이 무려 1조397억원에 달했다. 국내 기업 사상 마케팅 비용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3ㆍ4분기 실적에 잡아야 할 올림픽 마케팅 비용을 미리 앞당겨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ㆍLCD 선전…휴대폰, 디지털 가전 부진=2ㆍ4분기에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한 것은 LCD였다. 1ㆍ4분기 1조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2ㆍ4분기에도 1조원에 달했다.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업체와의 격차도 더욱 벌리면서 압도적 1위를 굳혔다. 반도체도 어려운 시황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선전했다. 분기 이익이 2,700억원을 기록, 전 분기보다 800억원이 늘었다. 경쟁업체들이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력을 발휘한 셈. 특히 불모지였던 비메모리, 즉 시스템LSI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 카드IC 등의 수요 호조 속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실적을 이끌었던 정보통신 부문은 부진했다. 이익이 7,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 줄면서 16%에 이르던 영업이익률도 13% 아래로 내려왔다. 삼성전자는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소울ㆍ옴니아 등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DM 부문의 실적 부진은 ‘충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1,600억원의 적자를 내서가 아니라 원인이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니 등이 미국 시장에서 TV 가격 인하전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삼성 등 우리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잿빛 3ㆍ4분기’ 공격 투자로 돌파=문제는 3ㆍ4분기 이후에 대한 전망이 너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주우식 부사장은 “솔직히 하반기에 가파른 실적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세계경제 침체와 더불어 메모리반도체의 수급이 개선되기 힘들고, 특히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LCD 값이 하반기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공격 투자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반도체에만 7조원, LCD에 4조5,000억원, 시스템LSI에 6,000억원 등 총 12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연초 세웠던 11조원 수준보다 1조원 이상을 오히려 늘린 규모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때문에…?
"인사 늦어져 소급분 지급에 인건비 크게 늘고
신인도 하락 없었다면 해외매출 더 증가했을것"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특검은 과연 영향을 미쳤을까. 삼성전자의 지난 2ㆍ4분기 실적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특검이 직ㆍ간접적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날 실적에서 영업이익 감소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판매관리비 항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판관비 세부항목 가운데 인건비 부문을 보면 삼성전자는 2ㆍ4분기에만 4,506억원을 썼다. 이는 전 분기보다 15.7%(612억원)나 늘어난 것. 삼성은 특검의 영향으로 연초 인사를 5월로 늦췄는데 승진자들에 대해 임금인상 소급분을 2ㆍ4분기에 지급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 예년 200여명 정도에 이르던 임원급 퇴직자들이 올해에는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경영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생긴 결과다. 매출 부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2ㆍ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지만 특검에 따른 신인도 하락이 없었더라면 해외 시장에서 매출 상승폭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장의 영향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의 사업에 보이지 않는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만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특검 한파를 맞으면서 이를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그 영향이 앞으로 두고두고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간 제휴나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되면서 스피드 경영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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