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상실과 트라우마, 미술로 채우다

■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우정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우정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연인과 이별을 앞둔 여인이 있다. 여인은 타국으로 위험한 여행을 떠나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연인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등잔불빛에 비친 그의 그림자를 따라 그렸다. 고대 로마의 학자 대(大) 플리니우스는 그리스 코린트 섬에서 전해지는 이 이야기가 바로 ‘그림의 기원’이라고 했다. 이렇듯 미술이란 애초부터 사랑하는 이가 떠나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미술의 기본이 대상의 닮은 이미지를 하나 더 만드는 ‘재현’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독한 트라우마로 상실의 대상을 기억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면, 혹은 너무 고통스러워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처음부터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은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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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은 이런 상실과 그 이후 찾아오는 트라우마를 예술 행위로서 애도하고 증언하려고 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온 가와라, 오노 요코, 양혜규, 이불 등 현대 작가 16인의 작품이 연인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 자연재해와 도시의 재앙, 더 나아가 이미지로는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상실의 사건과 증후를 어떻게 애도하고 증언하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의 심미적 해석을 넘어 정신분석학과 사회학적 관점으로까지 확장한 시각이 단연 돋보인다. 2만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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