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배움의 비즈니스화


 영리를 추구하는 산업계와 궁극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계는 표면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돌이켜보면 산업적 성과 대부분은 일상이나 돈벌이와 멀어 보이는 학자들의 연구와 발견의 바탕 위에 꽃을 피웠다. 즉 반도체와 최첨단 디지털기기들은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양자역학으로부터 결정적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무한경쟁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산학 협동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론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시차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이다. 이미 산학협력의 필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산학협력은 선택이 아니다. 기업과 학계가 손을 맞잡고 경영 이슈에 공동의 대처는 필수인 시대다. 산학협력은 기업과 학계 모두에 윈윈(win-win)이다. 흔히 산학협력은 첨단 기술 영역에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회 과학에 대한 연구와 학문적 시도들이 비즈니스로 창출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KT미디어허브는 '디지털스토리텔링 학회'와 함께 '콘텐츠 성공 예측 모델'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예측 모델은 10만편 이상의 영화의 시나리오·장면·에피소드 등에 대해 분석하고 데이터화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흥행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를 개발한다. 이는 방대한 연구 범위를 학계와의 협업을 통해 소화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분명 비즈니스 결정에 큰 도움이 될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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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학협력은 학계에도 어마어마한 혜택을 가져다준다. 학계는 기업의 도움을 통해 상아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들을 추진한 바 있다. 그 덕에 창작뮤지컬의 흥행신화를 일으키며 현재까지 롱런하고 있는 '김종욱 찾기'와 10년 동안 인기를 이어온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의 스테디셀러 공연을 발굴해낼 수 있었다. 토종 창작뮤지컬의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스테디셀러 작품 탄생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큰 보람으로 기억된다. 물론 산학협력이 달콤한 성공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끌벅적하게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얼마 후 조용히 마감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기업은 눈앞의 결과와 산출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먹거리와 미래 가능성을 만든다는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계에는 비즈니스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업은 명예를 얻거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갖는다. 따라서 원만한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학계 스스로 진행하는 연구가 궁극적으로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상아탑에서 배운 것이 혹은 연구를 통해 창출된 성과가 산업에서 활용되고 응용될 때 대학·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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