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붉게 물든 애기단풍 어서오라 손짓하네

장성 백양사 '추내장춘백양(秋內藏春白羊)'이라고 했던가. 가을 단풍은 모름지기 내장사가 으뜸이라는 말인데, 백양사 애기단풍의 제 맛을 알고 한 소린지 의문이다. 청명한 가을의 백양사. 붉게 물든 애기단풍의 앙증맞은 손바닥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금모래처럼 쏟아지고, 높푸른 하늘에 기대어 짙을대로 짙어진 선홍빛이 가지 마라 발길을 붙든다. 전북 장성군 백양사의 아기단풍이 제철이다. 아기단풍은 백양사를 품고 있는 백암산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희귀 단풍. 보통 단풍잎의 절반도 안되는 작은 크기에 선명한 색채가 특징이다. 백양사 애기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지 작다는 희소성이나, 빛깔이 곱고 선명하다는 특이성에 머물지 않는다. 백암산의 웅장한 회백색 바위, 마을마다에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러운 홍시감, 높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애기단풍은 비로소 예술이 된다. 특히 백양사 주변의 난대성 늘푸른나무인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53호)은 붉은 애기단풍과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붉은 빛으로 변하든, 늘 푸른 빛으로 한결같든 둘은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가을의 절정에 백양사 단풍놀이를 권한다. 애기단풍의 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유서 깊은 백양사의 역사와 전설이 감미롭다. 여기에다 오는 25~27일 백양사 일대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백양단풍축제'가 있어 여행 길은 더욱 윤택하다. ■ 물에 비친 쌍계루ㆍ단풍이 절경 내장산 국립공원 중 백양사 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백양사는 633년 백제 무왕때 창건된 1,400년 역사의 고찰. 커다란 바위봉인 백학봉(학바위)을 배경으로 좌우에 흐르는 맑은 계곡과 빼어난 단풍경관을 자랑한다. 백양관광호텔 앞에서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의 산책로를 따라 줄지어 선 애기단풍은 포근하고 아늑하다. 백양사 단풍의 백미는 산책로가 끝나는 쌍계루. 호수에 비친 학바위와 누각, 붉게 물든 단풍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다. 백양사는 창건 때 '백암사'. 고려시대 중창 땐 '정토사'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때 '백양사'가 됐다. '백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전설)이 전해진다. 당시 한 선승이 설법을 베풀었는데, 그 깊은 뜻에 감복한 흰 양이 뒷산에 내려왔다는 것. "저는 본래 신(神)이었는데, 천벌을 받아 짐승이 됐지요. 깨달음이 있으면 다시 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선사께서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흰 양이 울면서 고백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절 이름이 '백양(白羊)'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백양사가 속한 장성군은 소설 속 인물 홍길동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고,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필암서원ㆍ축령산휴양림 등 둘러볼 곳이 많다. ■ 25~27일 '백양단풍축제' 오는 25~27일 장성군내 백암산과 백양사 일대에서 '백양단풍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7회째 맞는 단풍축제는 '느낌! 오색단풍! 그리고 감동'을 주제로 단풍 퍼레이드, 등산대회, 체험행사, 토속먹거리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첫날인 25일 장성읍 시가지를 화려하게 장식할 단풍테마 퍼레이드는 축제의 서막.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울려 흥겨움에 불을 지핀다. 마지막 날 백암산 일대에서 열리는 전국 단풍등산대회는 축제를 절정.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면서 '애기단풍'으로 붉게 물든 백암산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 천연염색 물들이기, 메이플 포토콘테스트, 아트공방, 장승깎기, 전통 짚풀공예, 곶감깎기, 단풍 엽서전, 나만의 우표만들기, 단풍추억 써주기 등 체험 이벤트와 백암산 분재전, 야생화 사진전 등이 단풍놀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한편, 철도청(1544-7788)은 '백양단풍축제' 기간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요금 4만9,500원. 장성=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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