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팎서 거세지는 권력이양 압력…무바라크 여전히 '버티기'

[이집트 시위 사태 격화]<br>오바마·캐머런·클린턴도 '질서있는 이양' 촉구 잇달아<br>국내선 연일 반정부 시위속 軍·부통령이 퇴진 요구설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왔던 미국과 군(軍) 세력으로부터의 정권이양 압력이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했다. 연일 거세지는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권이양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우호세력 사이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앞서 부통령과 총리를 새로 임명하고 물가안정ㆍ일자리 대책 등 경제개혁과 민주화 방안 마련을 지시하는 등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국민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30일(현지시간) 가진 전화통화에서 이집트에 대해 '새로운 정권으로 질서 있는 이양'을 촉구했다고 31일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동정세와 세계경제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는 이집트 소요사태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놓지 않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에둘러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두 정상은 이집트가 정치개혁을 필요로 하며 이집트 국민의 불만에 답할 수 있는 정부로의 질서 있는 이양(orderly transition)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 주요 방송에 출연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집트 위기를 진정시킬 만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민주화로의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오바마 행정부는 무바라크의 시대가 끝났음을 감지하고 있지만 이집트의 미래는 이집트인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과 새로 임명된 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30일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전날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권력이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국내외에서 점차 조여오는 퇴진압력에도 불구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은 장기집권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과도정부 수반을 맡을 준비가 돼 있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이양을 승낙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외 언론들은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30일 국영TV를 통한 연설에서도 신임 총리에게 경제난을 해소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야당과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등 권력유지를 위해 민심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시위대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구심점으로 한 과도정부 설립을 구상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물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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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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