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의존해 온 내수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했다. 당장 직면한 불경기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포화 국면에 접어든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시장탐색 수준의 해외 진출에서 한 단계 나아가 현지화를 통한 시장 다지기에 돌입한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가 올해를 글로벌화의 기점으로 삼아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비롯, 의류와 유통 등 대표적인 내수형 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발길을 서두르고 있다. 섬유ㆍ의류업계의 경우 지난해 해외투자 건수는 354건으로 지난 2000년 대비 150건 이상 늘어났으며, 도ㆍ소매업종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투자액이 2배 가까이 늘어나 지난해 순투자금액이 8억달러를 넘어섰다.
식품업계의 경우 올들어 롯데제과가 인도 현지업체를 인수해 국내 식품업체로는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서울우유가 유업계 처음으로 몽골 시장에 흰 우유를 수출키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농심과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각각 미국과 러시아에 라면공장을 설립또는 증설할 계획이며, 웅진식품도 상반기중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세워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 우리 입맛으로 해외 식탁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류업계도 내수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제일모직은 중국 시장 진출 브랜드의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한편, 패션 선진국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디자인센터를 통해 패션 선진국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 유통업계에서도 대형할인점 이마트가 중국 상하이에 연내 3호점을 설립할 계획이며, LG홈쇼핑이 중국에서 첫 방송을 개시한데 이어 CJㆍ현대홈쇼핑도 조만간 중국 전파를 탈 예정. 중소 수퍼마켓으로 구성된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도 중국에서 편의점사업에 나선다. 화장품업계 1위인 태평양은 올 초 신년사에서 현재 10%에 못 미치는 해외사업 매출을 오는 2015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밝히는 등 업계마다 선두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의 돌파구 모색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발길을 뻗어 어느정도 자신감을 붙인 시기”라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지 발 붙이기를 통해 수익을 키우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