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잔혹스런 시대,셰익스피어의 `경종`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잔혹극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Titus Andronicus)`를 공연한다. 18~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셰익스피어가 쓴 유일한 잔혹극인 `타이터스…`는 유혈 복수극이 난무했던 로마 시대 퇴폐적인 궁정생활을 배경으로 한다. 살인장면이 14번 등장하고 강간과 수족(手足) 절단, 생매장, 식인(食人) 등 온갖 잔혹 행위들이 등장하는 탓에 관람 등급도 `16세`를 달았다. 충격적 장면이 등장하는 잔혹극을 통해 희곡이 쓰여진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는 오늘의 현실을 상기하고자 했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 뉴스에서 보게 되는 살인사건부터 이라크전 양상까지, 인간의 가학성과 광기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극은 로마 맹장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가 고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며 시작한다. 포로로 잡힌 고트족 여왕 타모라는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타이터스는 그녀의 큰 아들을 죽인다. 앙심을 품은 타모라가 황제 새터니어스를 유혹, 황후에 오르면서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벌어진다. `타이터스…`는 작품이 쓰여진 16세기 후반엔 높은 인기를 누리며 세익스피어의 작품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지만 과도한 폭력성 탓에 이후 좀처럼 무대화되지 못했다.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55년 연출가 피터 브룩이 로런스 올리비에, 비비안 리 등 호화 배역 하에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과 함께 공연하면서부터다. 이후 트레버 넌, 페터 슈타인 등의 저명 연출가들이 극이 지닌 잔혹 미학과 극적 긴장감, 보편성에 주목해, 작품의 무대화를 실현했다. 이번 공연의 번역ㆍ연출은 극단 예술감독 김철리(50)가 맡는다. 예술감독 부임 이래 첫 연출작이자 3년만의 정극 연출로 셰익스피어 연구에 관심이 많던 그가 부임 이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무대다. 김씨는 “그간 국내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는 연극성보다 문학적 해석에 비중을 두거나 지나치게 해체된 실험적인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공연에선 대중성을 잊지 않은 채 문학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추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성이 살아 있으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전개가 빠르고 힘이 넘치는 언어와 풍부한 액션을 지닌 작품`이라고 극을 평했다. 이문수 문영수 권복순 최원석 이은희 한윤춘 지춘성 서상원 등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 국내 기성 극단에 의해 `타이터스…`가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02)2274-3507~8.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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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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