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한국어를 공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한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공부해왔는데 드디어 보답할 기회가 온 거죠.” 이화여대 일반대학원에서 한국학 석사학위를 받고 19일 태국으로 떠나는 수파펀 분룽(27ㆍ사진) 교수. 분룽 교수는 이달 초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태국의 유일한 왕립대이자 최고 명문인 출라롱콘대의 교수로 임용됐다. 단순히 교수로 임용된 것이 아니라 오는 2008년 6월 개설되는 출라롱콘대 한국어학과 교과목 설계를 책임지게 됐다. 출라롱콘대 한국어학과에는 학사 과정뿐 아니라 석사과정도 설치된다. 분룽 교수는 명실상부한 태국 최고의 한국어 교수가 되는 것이다. 분룽 교수가 이 같은 중책을 맡은 것은 태국과 한국어를 완벽히 섭렵한 태국 출신 ‘진짜 한국어 학자’라는 학교 쪽의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에는 현재 7~8명 정도의 태국인 한국어 교수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학부 때부터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 건너와 대학원 공부까지 한 이는 분룽 교수가 유일하다. 푸껫 출신의 분룽 교수는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지난 99년 태국에서 최초로 개설된 송클라대 한국어학과에서 4년간 공부해 학사학위를 받고 2003년 9월 한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경희대 어학당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한국학과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하며 지난해 ‘태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요청 화행 연구’란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대 대학원 관계자는 분룽 교수에 대해 “대학원 시절 태국 국비 장학금까지 받은 수재 중에서도 수재”라며 “석사학위 논문도 질과 양에서 한국인 졸업생들보다도 뛰어났다”고 전했다. 분룽 교수는 “여러 대학이 한국어를 교양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태국 유일의 왕립대이자 최고 명문 대학에 전공학과가 생겼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예전에는 동양어라고 하면 중국어와 일본어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국어 문법에 관심이 많고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됐다”며 아쉬워하는 분룽 교수. 그는 “공부를 도와준 한국 정부와 지도교수님, 친구들에게서 받은 은혜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제대로 아는 태국인 학생들을 키워 보답하겠다”고 고국에서 새 길에 들어서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