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재벌들 가족승계 '속앓이'

대부분 후손들중 적임자 못찾고 가족 불화까지 휩싸여 '고민'

(좌부터) 리샤우키, 리카싱, 훠잉둥, 청위텅


지난 1940년대 홍콩에 건너와 맨손으로 부를 일군 홍콩의 거물급 재벌들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2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거나 차선책을 마련해야 하지의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대다수 홍콩 재벌들은 후손들 가운데 적임자를 찾지 못하거나 후계구도를 놓고 가족 불화에 휩싸여 속앓이를 하고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 재계의 75% 이상을 장악한 재벌 1세대들이 대부분 나이가 70~80세에 달해 그룹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맡기는 등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아시아 최대 재벌인 리카싱(李嘉誠ㆍ사진) 허치슨왐포아 회장은 80세로 장남 빅터를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차남 리차드는 따로 독립해 홍콩 최대규모의 통신업체 PCCW를 운영하고 있다. 리카싱 회장의 자산은 3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선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홍콩의 ‘붉은재벌’이라 불리는 故 훠잉둥(霍英東ㆍ헨리 폭) 전 유룽(有榮)그룹 회장은 아들 티모시와 이안에게 450억달러를 물려주고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유룽그룹 가문의 3세들인 훠 회장의 손자들도 기업경영에 하나둘 합류하고 있다. 홍콩 재벌 1세대들 사이에서 경영권 상속이 이슈가 된 것은 재벌의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산화된 지난 1949년 이후 다수의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이민오면서 부를 쌓았고, 1950~1960년대에 빠르게 부상한 기업들이 지금의 홍콩 재벌가를 형성하게 됐다. 모든 홍콩 재벌들의 가족승계가 순탄하지는 않다. 일부 대부호 가문에는 집안 싸움이 치열하다. 홍콩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선훙카이(新鴻基)는 올해 5월 이사회에서 창립자의 큰아들 궈빙샹(郭炳湘) 회장을 몰아내고 모친이자 최대주주인 퀑슈힝을 공동회장, 나머지 두 형제를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에 앉혔다. 홍콩 영화계의 큰손 런런쇼(邵逸夫) 쇼브라더스 회장은 친자식들 중 아무도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자신이 보유한 기업지분 30%를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슬하 자식없이 사망한 아시아 최대 여성 부호 니나 웡은 지금까지 그의 회사인 차이나켐 이사회측과 그의 형제들이 세운 재단이 재산 분쟁을 겪고 있다. 홍콩중화대의 조사에 따르면 홍콩에서 217개의 재벌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 1987년~2005년 사이 경영권 승계를 거친 후 5년 사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평균 56%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헨리 영 싱가포르국립대학 교수는 “재벌 2세들이 잘못된 투자로 1세들이 쌓아온 부를 날려버릴 수도 있어 경영승계의 리스크가 자못 경계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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